연초나 분기 초 또는 매달 초가 되면 정부기관이나 각종 민· 관 연구기관의 지난 한해 또는 지난 분기나 달의 사회변화 현상의 변화와 앞으로 예측치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가 쏟아져 나온다.

통계는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수치로 산정해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정부가 사회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며 예측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표하는 통계가 국민체감도와 동떨어진 결과로 통계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 따로, 체감 따로’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와는 별개로 언론에서는 장바구니 물가라는 체감도가 반영된 조사 수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영국의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며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다. 신뢰하지 못하는 통계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예다. 정부는 각종 조사를 통해 통계의 정확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실생활과 비교할 때 너무 동떨어진 결과라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발표하는 통계치와 실생활 체감도가 크게 달라 비판을 받아오던 통계청이 지난 주 처음으로 체감물가라는 걸 발표했다. 단순 평균 물가지수에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요인을 반영한 수치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체감물가는 심리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장을 보러 가면 분명히 전보다 값이 내려간 것도 있는데 사람들은 그건 그냥 넘어가고 값이 오른 물건만을 생각하며 전체적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또 구입하는 빈도에 따라서도 가격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비슷한 가중치를 가진 배추와 세탁기의 경우 자주 구입하는 배추값은 오르고 세탁기는 값이 떨어지게 되면 소비자물가는 변동폭이 적으나 체감물가는 오른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이 같은 심리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 지난해 정부가 2%로 발표한 공식물가상승률이 3%대로 올라갔다. 지난 1월 체감물가상승률은 5%를 넘어갔다.

공식 실업률이 지금 3%대고 청년 실업률이 10%가 안 된단다는 수치에 이 수치가 맞는 것인지 하고 의구심을 품어오던 실업률도 마찬가지였다. 공식 실업률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공시준비생이나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등은 실업률 계산에서 다 빠져있다. 공시 준비생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로 편의점 알바생은 고용시장 내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질적 실업자를 다 포함해 통계를 내 본 결과 3.7%의 실업률이 10%를 넘는 거로 집계됐다. 청년 실업률은 공식발표가 9.7%인데 체감실업률은 22%까지 치솟았다. 청년 다섯 명 중의 한 명은 실질적인 실업자 인 것이다.

부동산 관련 통계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관련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부실하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통계는 통계청이나 한국감정원 같은 공공기관과 국민은행, 부동산114와 같은 민간 업체가 발표하는데, 같은 내용이라도 수치가 제각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부터 부동산 관련 통계 전면 개편 작업을 진행중이다. 강호인 국토부장관은 취임일성으로 “잘못된 재료로 결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듯이, 현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통계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하고 통계 개선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숫자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숫자는 신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숫자는 신뢰를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다

통계가 잘못되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오기도 한다. 정부의 통계는 실생활을 보여주는 믿고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실생활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와 국민 간 불신의 씨앗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재경 경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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