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 높은 최신예기, 큰 소음 탓 수원 군공항 운용 불가

수원공군기지(수원비행장)는 제2차 세계 대전 말 일본군이 건설했다. 1954년 대한민국 공군에 관할권이 이양된 후 수원과 화성시 주민 26만여명이 밤낮으로 소음피해를 겪었다. 2000년대 초중반 소음피해 등의 이유로 최신예기(新銳機)가 기동(機動)하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했다. 인구 2천500만명의 수도권 안보(安保)기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013년 수원시와 김진표 국회의원의 주도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방부는 이전사업을 착수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국방부는 군공항 이전 후보대상 지역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고라도 이전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원 군공항 사실상 폐차장 수준 = 수도권지역을 방어하는 수원 군공항에는 공군 주력 전투기 F15K 등 최신예기가 없다. 큰 소음때문에 훈련을 할 수 없어서다. 복수의 공군 전문가는 “수원군공항에는 60년대 초반 생산한 F-5기종과 1970년대 국산기종인 KF-5(일명 제공호)만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최신예기는 출력이 높아 소음문제로 수원에서는 운용할 수 없는 기종”이라고 했다.

최신예기를 조종하려면 출동 훈련 빈도를 높여야하는데, 26만6천300여명이 소음피해를 입는 수원, 화성, 오산, 안산지역에서는 훈련이 어렵다는 의미다.

최신예기인 ‘F15K’와 ‘F16’은 대구 군공항에서만 운용된다.

한 공군 퇴역 장교는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팬텀기종을 운용하는 곳도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수원 군공항은 심하게 표현하면 폐차장 수준”이라면서 “정부가 도입 검토중인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기도 수원을 제외한 대구 등에서만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수원군공항은 야간출동훈련 등도 제약을 받고 있어 전술훈련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세계적으로 사실상 퇴물취급을 받는 ‘F5’ 전투기는 지난 20여년 간 오후 9시까지 한달평균 5회 가량의 간헐적 야간비행만 하고 있다.

또 다른 공군 퇴역 장교는 “90년대 까지는 새벽 3~4시에도 조출(早出·조기출동)훈련을 했는데, 현재는 큰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야간 출동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공항은 중무장한 전투기를 사실상 운용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다. 공항에서 운용되는 F-5기종은 40~50년 기종이다. 대한민국 정비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라도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조종사 탈출 등 최악의 순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외곽으로 이전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야간훈련 불가로 과거보다 운용되는 전투기수도 상당수 감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공항은 비행장내 가능한 작전, 군수, 지원 등 전투태세 검열 훈련과 무장을 최소화한 초계활동과 비행훈련정도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방 공군기지로써 전시 작전태세가 유지돼야 하지만 야간훈련 제한 등으로 수도권과 서북부 영공방어, 국지도발 대비, 전투조종사 정예화 훈련 등 3대 주임무에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군 전문가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기는 F-5기 등 구 기종 수 십대를 상대할 수 있는 최첨단 전투기”라면서 “경기남부 지역으로 전진배치해야 유사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수원군공항은 공군 탄약 저장시설이 아파트 등 주거시설간 유지해아할 최소 허용거리도 위반한 상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따르면 수원군공항내 민간 주거시설간 최소허용거리를 위반한 탄약고는 44곳으로 전국 228건의 19.3%다.

▶정부 대구·수원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 공동발표해야 = 국방부는 2015년 6월4일 수원 군공항 이전 승인을 했다. 수원시가 2014년 3월 20일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대구군공항 이전 승인일(2016년 8월 30일)보다 1년 2개월이 앞선다. 하지만 수원 군공항 이전 추진속도는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보다 느린편이다.

수원시 고위 관계자는 “수원군공항 이전사업 승인이 난후 2년이 가깝도록 예비이전후보지 발표조차 안되고 있다”면서 “대구의 경우 지난해 7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군공항 통합이전지시로 정부차원(국무조정실)의 TF팀까지 꾸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르면 1월 중 대구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최근 국방부는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 TF팀과 협의에 착수했고, TF팀은 오는 15일 예비이전후보지 발표 일정 등을 수원군공항과 병합심의할 계획이다.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주도해 제정한 김진표 국회의원 측과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도 수원군공항 이전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대구군공항과 병합심의후 공동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최근 화성과 안산시 등에 지난 10일까지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과 관련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공군 작전성 검토를 토대로 예비이전 후보지를 발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방정부 의사와 관계없이 예비이전 후보지 발표 등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수원시 관계자는 “대구 군공항도 군 전략상 중요하지만 2천400만명의 수도권 방어 차원에서 수원 군공항 이전사업도 매우 시급하다”면서 “정부가 동시에 발표해야 큰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이전 후보지 1곳 발표해야 = 수원시는 이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여부결정 전후로 예정된 국방부의 수원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발표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위해서는 대상지를 1곳으로 축소해야한다는 입장이다. 2개 지역 이상 선정시 지역간 갈등을 중폭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市)는 복수 발표시 지방정부간 연대해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갈등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부담 증가와 갈등 해소를 위한 행정력 낭비, 업무의 효율성 저하 등도 우려하고 있다.

한 갈등 조정 전문가는 “손자병법에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을 확산하지 말라는 의미”라면서 “전쟁터와 적(敵)은 축소하는 것이 순리다. 최적의 군사요충지 1곳을 발표하는 것이 군공항 이전 사업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는 화성·안산·평택·여주·이천시, 양평군 등 6개 지방정부 9개 수원군공항이전 후보지중 예비이전 발표 대상지역으로 최소 1곳에서 최대 3곳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지역 1곳만을 발표했을 경우 이 지역이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되면 또 다른 지역 대상으로 이전 절차를 처음부터 이행해하는 부담감때문이다. 중복발표후 동시에 절차를 진행해 그 중 1곳만 최종 정하겠다는 의미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러 곳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 9월 용역을 통해 검토를 완료한 각 후보지별 장단점 및 최적지 등에 대해서도 비공개하는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천의현·박현민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