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했다는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마저 수백 건의 오류가 발생하면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학교 신청 시 승진 가산점과 연구지원비 등을 책정했지만 신청 학교가 없는 것을 보면 국정교과서를 인정하지 않는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을 15일까지 연장하고 각 시도교육청에 연구학교 지정 절차를 이행하라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일부 시도 교육청과 시민단체의 부당한 압력으로 신청이 없는 것처럼 말하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연구학교 신청에 관한 교육부 협조요청 공문을 일선학교에 하달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경기 등 8개 시도교육청은 연구학교선정심의회에서 연구학교 운영 부적합 결과에 따라 학교로 신청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학교 신청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은 교육청이나 전교조의 반대로 인한 문제만은 아니다. 국정교과서의 편향성과 내용 오류 등으로 부실교과서로 판명 나 학교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연구학교 신청 여부는 교육청이 아닌 학교 측이 주체가 되어 행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부가 학교의 자율선택을 방해하는 교육청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국정역사교과서의 존재 의미부터 돌아봐야 한다. 국정교과서 도입과 추진에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가 개입했음이 이미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최씨가 ‘역사관을 하나로 통일한 국정교과서 도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태생부터 교육적 고려 대신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최씨가 여러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아직도 국정교과서를 붙잡고 있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무조건 몰아붙이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국정교과서의 운명이 풍전등화인데도 불구하고 새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부가 강공책을 펼치는 것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국정역사교과서는 내용의 오류나 편향성을 떠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존재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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