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판을 바꾸자] 구제역 발생 현실과 문제점

▲ 충북 보은서 구제역 의심농가가 2곳 추가 발견된 13일 오후 경기도청 AI·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구제역으로 최종 확진되면 전북 정읍과 경기 연천까지 포함하면 총 8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조태형기자

소와 돼지의 살처분과 매몰지 주변의 침출수 유출 공포를 몰고 온 구제역 공포가 7년만에 또 다시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낭비와 대규모 살처분으로 축산업이 사실상 와해위기 직전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지만 방역체계와 대응책은 7년이 지난 현재 제자리 걸음이다. 본보는 앞으로 3차례에 걸쳐 구제역발생 현실과 문제점, 국내 구제역 역사와 해외사례, 축산업 현대화의 필요성, 전문가 의견 등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2개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축산농가와 방역 당국의 구제역 공포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17년동안 소·돼지의 살처분 등 구제역 피해 수습에 3조 원이 넘는 세금을 퍼부었지만 2014년 이후에는 매년 창궐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경기도 구제역 ·AI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양주시에서 첫 AI가 발생해 지금까지 13개 시·군 202개 농가에서 1천573만7천마리의 닭,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도내 전체 가금류 사육 두수 5천400만마리의 3분의 1에 해당하고, 전국 전체 살처분 두수 3천313만4천여마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는 2014년 69개 농가 292만8천마리, 2011년 86개 농가 234만3천마리의 5∼6배 이상으로 압도적인 수치다.

살처분 보상금은 현재까지 584억원이 지급됐고 향후 정산할 보상금은 675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매몰 비용으로도 30억원을 지원했다.

백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구제역 관련 백신접종 비용에 917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 기준 국비 371억 원과 지방비 159억 원, 농가 부담 388억 원 등 총 917억 원을 백신 접종에 사용했다.

하지만 정부의 백신 접종은 구제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백신을 의무화한 2014년12월부터 2015년4월까지 147일동안 185건, 2016년에는 21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정부의 사후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방증이다.

백신 의무화가 7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구제역 항체 검사를 받은 농가는 소를 키우는 9만8천곳의 농가 중 겨우 7%인 6천900곳만 검사를 받았다.

사육되고 있는 소의 두수로 봤을 때 330만 마리 중 고작 2만7천마리(0.8%)만 검사를 받았다는 결과다.

정부의 구제역 검증 시스템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지만 정부는 지난 5일 구제역 발생 직후 “소의 항체 형성률이 96%에 달한다”면서 확산가능성을 낮게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구제역 발생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20%에도 못미쳤다.

정부는 백신비용 뿐만 아니라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등 관련 예산을 17년 동안 3조 원이 넘게 사용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구제역이 처음 창궐했을때 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구제역이 발생해 살처분 등 구제역 발생 이후 소요된 재정이 3조3천여억 원에 이른다.

경기도에서만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투입된 세금은 1조397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부의 방역시스템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현재 축산 농가와 방역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은 추가 확산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김현우기자/kploc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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