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 어루만지는 '18세 발명왕'

올해 만 18살인데 심리치료 기기를 특허 출원한 학생이 있다. 자그마한 나무상자에 손을 넣어 촉감으로 모래를 느끼면서 잔잔한 영상을 볼 수 있는 ‘힐링타임머신’.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발명가는 연수여고 2학년 김지현양이다.

김지현양은 중학교 3학년 때 멘사(Mensa)에 입성했다. 당시 측정 IQ는 156. 어린 나이에 우쭐거릴 법도 한데 평범한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어한다.

김양은 “저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는 연구 쪽에 관심이 많아서 발명품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김양은 또래친구들이 입시 경쟁에 뛰어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신의 두뇌를 봉사에 사용했다. 선학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 등을 돌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심리치료와 두뇌개발활동을 돕고 있다. 겨울철에는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연탄, 도시락, 김장 봉사도 한다. 그러던 중 평범한 삶에서 배척된 이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됐다. ‘세상 사람들은 상처를 가슴 깊숙이 감추고 살아간다’는 아버지 김명종 씨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인하대병원 재활의학과 팀장으로 근무하는 아버지는 김양의 특허 출원을 도운 일등 공신이다. 김양이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와 고뇌할 때마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보라’고 독려했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김양은 스위스 심리학자 도라칼프의 모래놀이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래 감촉과 조용한 영상이 융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마음의 평온을 준다는것을 깨우쳤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친 순간이었다.

김양은 “모래가 유아 뿐 아니라 전 연령층의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마음을 닫은 친구들이 평안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발명까지 하게 됐네요”라며 미소지었다.

김양은 특허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와 미국 특허 제품들과 비교, 연구했다.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연수여고 교내 발명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뒤 강금옥 담임교사와 이재윤 교장의 격려로 특허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김양은 ‘힐링타임머신’이 심리센터와 노인센터, 아동복지센터 등에서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녀는 “이 발명품이 제대로 필요하고 꼭 맞는 곳에서 쓰였으면 좋겠어요. 발명품으로 인해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여유를 찾고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양의 꿈은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원이다. 방대하고 막연해 보이지 않는다. 발명품 개발 계기와 기본 신념은 똑같기 때문이다.

김양은 “저는 사람들에게 물리적으로든 마음으로든 이익을 주고 싶어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남는 게 제 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조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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