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질본)가 ‘2017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 방역체계의 컨트롤타워로서 질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다. 재작년 메르스 사태 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질병관리본부 자체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 질본이 2004년에 출범했지만 여전히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질본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다.

게다가 질본을 안다는 사람들의 신뢰도 조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불신한다(55.9%)’가 ‘신뢰한다(25.6%)’에 비해 무려 두 배나 넘게 나온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컨트롤 타워로서 위기 대응에 대한 평가도 ‘잘못한다’는 응답이 무려 64.0%나 되었다. 질본이 국민들에게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의 대응 실패로 질본이 무능과 비판의 대상이 된 점은 상당히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질본은 메르스 사태를 교훈삼아 국가 방역체계를 완전히 개선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카바이러스, 콜레라 등 감염병이 나타나면서 국민 불신이 높았고 그런 점이 이번 조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조사 결과를 스스로 언론에 배포하여 국민들 앞에 자기반성과 성찰의 의지를 내비친 점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대부분 조사 결과를 위조하거나 조작하여 잘못을 감추려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질본 내 변화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결과가 나쁠 것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질본의 위치를 솔직하게 알아보기 위해 설문을 진행했다는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내부 참고만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민들과의 솔직한 소통을 위해 공개했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질본이 개선할 분야에 대해서 가장 높게 요구한 항목이 국민인식 확대이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소통확대인 점을 감안하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은 상당히 맥락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었던 것도 국민들과 소통하기보다 감추고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탓이 컸다. 낙제점 성적표 공개가 질본의 변화와 개선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바라며, 국민들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국가 방역체계 컨트롤타워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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