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탄핵 정국을 맞이하여 선거시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의 시기를 맞은 가운데 이러한 위란(危亂)의 시기에 일부 정치인이 비상식적인 특정 집단의 왜곡된 의견에 호도되어,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관위가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하여 개표를 조작하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가 있다. 이는 실무적으로 투표지분류기 가동시간 설정과정의 일부 극소수 착오였을 뿐, 개표결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국민들이 들으면 현혹될 수 있는 ‘조작’이라는 말로 그 의미를 완전히 왜곡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면 가능한 것인지 한 번 살펴보자. 개표장에는 정당추천위원을 포함한 위원 2,000명, 일반국민을 포함한 개표사무원 38,900명, 이상한 점이 있으면 촬영도 하고 즉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정당추천 개표참관인 4,500명, 경비경찰 등 외부 협조요원 14,500명 등 총 60,000여 명의 외부 인력이 밤새도록 개표에 전념하였다.

또한 개표결과를 실시간 전달하는 언론 등 실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개표에 참여했는데 과연 이들과 함께 진행한 개표가 조작되었다니 일반국민들이 믿으라는 것인지 납득이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선관위 사무실은 이해 당사자인 정당관계자나 선거관계자들이 수시로 왕래하고, 일반국민으로 구성된 4,200여 명의 공정선거지원단이 선거기간 내내 선관위 직원들과 함께하였는데 이들의 눈을 피해 어떤 것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조작이 필요한 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혹자는 ‘해킹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의심을 할 수 있지만, 투표지분류기는 말 그대로 투표지를 유·무효별, 후보자별로 구분하는 장비로 오프라인으로 운영되기에 그 개연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도 그것은 개표를 보조하는 단순한 기계장치라는 확인도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이에 더해 여야 의원들과 언론이 참여한 공개 시뮬레이션에서도 그 주장이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임을 결론 내린 바도 있다.

합리적인 의심에 기초한 의혹 제기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개표부정을 운운하며 불신을 부추기는 행위는 국민들로 하여금 막연한 의심을 품게하고 분열을 초래하는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밤을 새며 개표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명예와 자부심도 훼손하는 것일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 때 가짜뉴스가 흥행했다는 소식은 대선을 앞둔 우리 선관위에게도 심각한 우려가 아닐 수 없다. 허위사실이 더욱 정교하게 진화한 것으로 자칫하면 선거판을 좌우하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상대방을 모략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정치적 술책을 흑색선전(黑色宣傳)이라고 한다. 이는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를 진흙탕 속으로 끌어 들여 선거를 왜곡하는 악질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다가오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화합과 축제를 의미하는 아름다운 선거로 치러져 행복한 대한민국을 다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성하 이천시선관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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