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축산농가 80% 외국인 노동자 고용…불법 알지만 일손부족 고용

지난 12월 경기지역의 한 양계농가, 새벽무렵 태국출신 외국인 불법체류자 A씨가 택시에 올라탔다. 그가 향한 곳은 나주양계시범단지다. 그는 주변 사람들 눈에 띌까 새벽시간대를 택했다. 외국인 노동자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택시기사에게 30만 원을 지불했다.양계농가에서만 4년째 일을 한 그는 경기도 전역에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가 퍼졌다는 얘기를 듣고 거처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나주양계시범단지에 있는 같은 국적 출신 노동자의 권유에서다.

이 사례는 4년 전 자신의 농장에서 일했던 이 외국인노동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 온 한 농장주 윤모씨의 말을 빌어 재구성했다. 이 농장주는 경기지역 양계농가로부터 계분(鷄糞)을 공급받아 퇴비로 사용하고 있는데 계분 공급업자와 외국인 노동자 이동실태에 관련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고 했다.

경기지역 양계 등 농장주들이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AI 등 가축전염병 확산 가능성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축산농가 중 80%이상이 불법 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외국인노동자를 포함한 축산 종사자들에 대한 이동제한(standstill ) 등 관리부실이 AI의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축산청정지역 덴마크의 경우 AI 등 발생시 종사자도 48시간 동안 이동을 제한한다.

윤 씨는 15일 “양계 농가가 고용한 대다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라며 “이들은 한 마을에 AI 의심신고가 됐다는 말만 들어도 새벽 등 인적이 드문 시간에 농장을 이탈해 다른 농장으로 옮겨가는 경우 빈번하다”고 했다.

현재 축산농가는 외국인 노동자 부족으로 불법 체류자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새벽시간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 양계농장주 하모씨는 “합법적으로 농장에 고용된 근로자도 인근 농장이 임금을 올려주면 불법체류자가 되는데도불구하고 쉽게 다른 농가로 옮겨간다”며 “농장은 항상 인력이 부족해 불법여부를 막론하고 고용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합법적으로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도 계약기간내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타 농장으로 이동하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광주 한 축산농가 이모씨는 “불법 체류자를 고용할 때에 농장에 들어오기 전 목욕을 시키는 등 고육지책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인권을 유린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안원경기자/letmehug@joongboo.com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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