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관련 재판에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지난 해 4월부터 10월까지 모두 570차례 차명폰으로 통화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독일 도피 중이던 때도 127차례나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적으로 하루 3차례나 통화했다는 결론이다. 부모자식 사이라도 하루 세 번 통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한밤중에도 독일에 있는 최씨와 차명폰으로 해외통화를 했다. 최씨 없이는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반증이고, 최씨가 국정농단의 주역임을 명백하게 입증해주고 있다.

최씨가 대통령의 묵인 없이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농락할 수 없는 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주장한대로 믿었던 지인을 잘 관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최씨에 대해 자신이 어려웠던 시기에 도움을 준 지인이고 최씨가 사익을 취한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해왔다.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통령은 최씨에게 속았을 뿐이라며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 또한 어느 지도자에게나 비선이 있었으며 다만 최씨가 대통령을 속이고 과하게 이권을 챙겼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세부 사실들은 해도 너무 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통령이 그 격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세세한 일까지 최씨 이권 챙기기에 협력한 정황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차명폰으로 하루 세 번 이상 통화했다고 하니 일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모든 일들을 서로 교감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두 사람은 차명폰으로 통화했다. 사건 은폐나 대응책을 논의했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과연 그것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누군가 차명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행위가 떳떳하고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다. 차명폰은 숨겨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주로 범죄에 이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 세 번 이상 차명폰으로 통화하면서 국가의 중대 사안에서부터 최씨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사익 챙기기까지 논의했을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전문성이 없을 것 같은 최씨와 국정 전반에 대한 논의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정이 불법 차명폰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속았을 뿐이라는 대통령과 속인 사람 모두가 한 통속이란 사실이 불법 차명폰 통화내역이 분명하게 입증해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