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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특위에 묻는다

류권홍 2017년 02월 17일 금요일

여와 야로 구성된 개헌특위가 개정 헌법의 통치구조를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 결정했다고 보도되면서 그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합의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상당한 수준의 논의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가 한 가지 아주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국민들이 국회를 신뢰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또 다른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헌법기관인 국회에 대한 의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이 국회를 정치적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충실히 해왔다면 탄핵이라는 국가적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정치개혁은 헌법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다.

불공정한 공직선거법을 통해 새로운 정치신인들의 등장을 어렵게 하고, 자신들의 재선에 편리한 소선구제를 유지하며, 현역 위주의 비민주적 정당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주체들이 바로 현직 국회의원들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국면에서 자신들의 지난 과오를 망각하고 독단적인 개헌을 추진한다면, 탄핵정국 이후에 국회에 되돌아올 후폭풍은 보지 못하는 꼴이 된다. 달리 표현하면, 국회가 헌법에 따라 개헌을 추진할 수는 있으나 국민들의 공감대와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개헌은 몇몇 국회의원과 헌법학자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개헌의 구체적 논의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은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개헌 논의에서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보자. 이원집정부제라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가 선출하는 수상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등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경제를 포함한 내치는 수상을 중심으로 하는 내각의 권한으로 권력이 분할되는 구조이다. 물론 구체적인 권한범위는 헌법적 결단의 대상이다.

이원집정부제의 본질은 국회의 권한을 키우는 것에 있다. 수상의 선출권이 국회에 있기 때문에 결국 내치는 국회의 권한이 되는 반면, 국민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통령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과연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신뢰가 그 정도로 높은가. 오히려 그 반대다. 국민들은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대의민주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며 직접민주주의의 폭을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은 이미 이원집정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국무총리가 일종의 수상이다.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점, 권한이 약하다는 점 등이 다르지만,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을 국회의원들이 겸직해왔다.

현 상황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면, 차라리 미국식 대통령제를 더 철저히 따르는 것이 맞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우리 정치문화가 대통령의 권한을 키운 측면이 있다. 비민주적 정당구조, 수직적 복종, 상대적으로 약화된 언론의 자유,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지식인 사회 등이 복합적으로 대통령을 무소불위적인 권력자로 오판하게 만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즉,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와 정치문화의 문제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견제는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교차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이든 국회든 다음 선거를 우려해서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 4년마다 벌어지는 모 아니면 도인 도박판을 깔아야 되겠는가.

국회의 구조 또한 지방자치제도를 현실화하면서 상하원으로 구분하는 것이 맞다. 그러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국민들의 저항이 심하니 자신 있게 주장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어차피 대선 전에는 개헌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행 헌법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공론화하고 그 문제점을 해소하며 최소 100년을 내다보는 개헌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국회의원 본인들이 먼저 주도적으로 정치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는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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