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저소득층 분유값 지원 사업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산모가 사망하거나 에이즈나 항암치료 등 모유 수유가 어렵다는 의사 진단서가 첨부돼야 하는 탓에 정책 지원 대상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2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에서 저소득층 분유값 지원 사업 혜택을 받은 사람은 고작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부터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가정의 분유값 부담을 제도가 시행됐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정착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득 기준으로도 중위소득 40%로 제한돼 있어 차상위계층 등은 분유값 지원조건에 해당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양육비 부담을 덜어 출산율을 높이겠다던 분유 지원 사업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든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정부가 12개월 영아에 한해 지원하던 것을 올해부터 24개월까지 연장하고 아동복지시설과 공동생활가정, 부자가정과 조손가정, 가정위탁가정으로 사업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일선 지자체 보건소에서는 지원조건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지원 대상 확보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정부 지침상 대상이 정해져 있어 차상위계층 등에게 지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맞벌이 부부나 모유수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들에게도 조건을 넓히지 않는다면 지원 대상자 증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희 인천여성회장은 “분유값이 없어 도둑질까지 하는 상황에서 사각지대를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만드는 것은 분유값 지원을 통해 저출산 문제 해결하려던 정책 출발 당시와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원대상 조건을 완화하고 차상위계층까지 지원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모유수유 원칙을 지키는 수준에서 지원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시설 지원과 산모의 질병 범위도 확대했지만 이를 더 넓히는 것에 대한 것은 고민이 있다”며 “소득수준을 중위소득 50%까지로 높이는 식으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매년 기획재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우기자/theexodu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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