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이야기지만 네 살짜리 딸을 둔 30대 가장이 흉기에 찔려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범인은 아래층에 사는 이웃이었다. 그간의 사연은 그들만의 몫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발생한 비극이었다. 뿐만 아니다. 방화사건도 있었는데,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동주택 방화는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목숨을 담보로 본인의 분노를 표출하는 중범죄이다. 문제는 층간 소음이 존재하는 한 이런 비극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새벽 야식 전단지에 윗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 ‘천장에 우퍼를 밀착시켜놓고 메탈 음악을 틈’, ‘화장실 환기통에 담배연기를 뿜어 윗집에 보복’ 등과 같은 층간소음 복수방법은 소소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나아가 법원을 통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점잖아 보이기까지 한다. 아래층 주민이 위층의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며 직접 찾아가서 잦은 항의를 하자 위층 주민은 아래층 주민이 자신의 집에 접근할 수 없게 해달라고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아래층 주민이 직접 찾아가서 항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허했고, 전화 문자를 이용한 항의에 대해서는 허용했다.

전체 주택 중에 아파트, 다세대 등 공동주택의 비율이 74.5%(통계청, 2016)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불화는 필연성을 동반하는 부정적 외부효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국회의원 10명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일정한 소음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해당 자치단체장이 시정조치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런 법적 조치가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의문이다. 첫째, 경제적 효율성 측면. 협의체 구성 후, 조사활동과 행정 처분으로 이어지는 동안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둘째, 제도적 실효성 측면. 이웃 간의 신고로 인해 과태료가 부과되는 주민은 상대방에게 앙심을 품고 가학의 정도를 높일 것이다. 문제 해결은커녕 새로운 갈등구조 유발이 예상된다. 셋째, 법적 안정성 측면. 층간소음 문제로 과태료가 부과되면 ‘벌금의 요금화’가 정착되어 이웃에게 최소한의 미안함도 갖지 않게 될뿐더러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층간소음은 오히려 정당화 될 것이다.

경제학자로서 층간소음에 대한 해결방법을 생각해 본다. 비용과 효과를 고려할 때, 층간소음을 발생시킨 이웃에 대한 강제적 제재 방식 대신 소통을 통한 관계개선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경제학자가 있다. 그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선물을 들고 어린 딸과 함께 아래층으로 향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며 선물을 건네는데 처음에는 어색해했던 아래층 이웃도 3년차부터는 답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후, 위층은 가급적 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아래층은 이해의 폭을 넓혔다.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이 층간소음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이웃 간에 상호 배려라는 소통창구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층간소음 해결책이 매우 객쩍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추구한다는 경제학의 대전제와 부합한다면 경제학 방법론이 애써 화려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작은 선물’ 나누기 운동이 확산된다면 층간소음처럼 이웃 간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새로운 소통의 장이 열리면서 아름다운 공동주택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인문사회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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