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전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분할상환과 소득심사가 의무화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다. 은행, 보험사에 이어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도 적용된다. 자산규모 1천억 원 이상의 금융권이 3월 13일부터, 1천억 원 미만인 조합은 6월 1일부터 시행한다. 지금까지는 대출을 받은 후 만기까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대출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한다. 대출자의 입장에서는 상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가 1% 만 인상돼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0분의 1이 한계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구체적으로 만기 3년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대출자는 매년 전체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나눠 갚아야 한다. 다만 대출 초기 취·등록세, 이사비 등 각종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여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장은 가계에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결국 나머지 기간에 나눠 갚아야 되므로 거치 기간 이후 원리금 상환 금액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출금이 3천만 원 이하이거나 의료비·학자금 등의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일시상환방식으로 대출 받을 수 있으로 예외조항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이자와 더불어 원금을 갚아나간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도움을 주는 측면과 대출문턱이 높아져 서민부담이 올라가는 양면성이 있다. 대출 초기부터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은 대출자들에게 부담을 주지만 전체적으로 가계부채가 연간 5천억 원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자신의 능력만큼 빌리고 나눠서 갚도록 유도함으로써 가계의 부채 관리까지 고려하는 정책이다.

문제는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돈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이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제도가 또다른 경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권에서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운 서민들이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 대부업체들로 발길을 돌린다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이들은 대출이율이 은행권이나 상호금융보다 훨씬 높아 대출금이 연체될 경우 가계를 지탱하기 어렵게 된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국내외적으로 악재가 산재한 현실에서 한계가구가 더 늘어날 경우 경제 위기 가속화를 더욱 촉발할 수 있다. 소득계층에 따라 원리금 상환비율을 조정해주는 등 보완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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