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한 곳에 그쳤다. 접수기간을 연장해가며 추가 접수를 받은 끝에 세 곳이 신청했으나 학부모·학생·교사들의 반발과 심의 불통과로 신청을 철회하고 현재는 단 한 곳만 남은 상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등학교에서도 재학생과 학부모, 졸업생이 강력 반발하고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 측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자율학습 취소를 통보하는 등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학내 갈등이 극도로 심화된 상태다.

국정교과서의 실패가 만 천하에 드러났지만 교육부는 마지막 남은 연구학교에 국정교과서의 명운을 걸고 있는 인상이다. 교육부의 체면과 자존심을 위해 문명고 학생들이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 이 정도 상황이면 일부 시도교육청이나 시민단체 등에 의해서 연구학교 신청이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국의 많은 학교, 심지어 국립학교조차 국정교과서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정교과서의 실패를 솔직하게 자인하는 것이 옳다.

교육부는 그동안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며 대안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전국의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로 가르치려는 애초의 계획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적 반대에 부딪쳤다. 국정교과서가 최순실이 개입한 역사농단·교육농단의 한 일환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 분노가 얹혀졌다. 게다가 발표된 최종본마저 내용의 편향성과 오류로 인해 논란이 거세자 교육부는 국·검정 혼용체제를 제시하고 연구학교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상황이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나 교수학습자료로 무상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적 갈등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44억 원의 혈세를 들여 강행했던 국정교과서가 참고서나 인쇄물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사용 여부도 교사 재량에 달려 있어 결국 국정교과서는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 됐다. 국정교과서는 국정화 자체에 대한 비교육적, 비민주적, 비창의적 정책임이 여실히 입증되면서 우리 사회에 혼란만 던져준 채 명운을 마감하게 됐다. 문명고등학교가 더 이상 갈등과 혼란을 겪지 않도록 교육부가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취소하고 학교 현장의 교육권, 자율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가장 교육적인 견지에서, 무엇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최선이 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혼란과 갈등을 마무리 짓는 일에 교육부의 용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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