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지 8일이 지난 21일 현재 시신을 확인하고 인수해갈 유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의문의 피습을 당해 숨진 김정남은 정황으로 볼 때 조직적인 독극물 스프레이 분사 범죄로 숨진 것으로 보이나, 유가족의 부재로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공작원들을 파견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을 포섭해 독극물 분사로 김정남을 살해한 북한 측은 쿠알라룸푸르 현지 대사관을 통해 사망자가 ‘김 철’이라며 김정남의 신원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김정남이라는 이름을 전혀 거론하지 않은 채 북한 외교관 여권을 가진 ‘김 철’은 동일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부검 등을 거치지 말고 시신을 무조건 인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정남이라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현재 최고권력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비운의 황태자’의 참혹한 독살을 묻어버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사건 진상 규명을 강행하며 부검까지 실시했으나, 김정남을 특정할 방법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21일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 보건부 보건총괄국장이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의 신원확인을 위해 유족을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것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이런 초조함을 반영한다.

압둘라 보건총괄국장은 말레이시아의 신원확인 관련 법규는 친족을 대상으로 한DNA 검사를 가장 우선시하지만 “지금까지 사망자의 가족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까지 친족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치아 구조와 의료기록, 수술흔적, 반점 등을 살펴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이 방문해 DNA 검사를 통한 확인하면 가장 좋지만, 자료를 통해서도 신원확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김정남의 과거 의료기록을 입수할 방법이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이다. 김정남의 시신을 즉각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북한 측이의료기록 제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압둘라 보건총괄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료기록에 대한 접근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시인했다.

결국, 중국 베이징과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가족이 나서지 않는다면 김정남의 시신은, 북한의 주장대로 사망 당시 갖고 있던 여권의 ‘김철’이란 가짜 이름이 붙은 채 북한대사관에 인계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생전에 신변안전을 우려해 본명 대신 ‘김철’이라는 가명을 썼다고 한다.

앞서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청 부청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시신 인도 우선권은 친족에게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가족이 2주 안에 나서지 않으면 다른 옵션을 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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