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초 민주당 소속 시장(市長)이 편집국을 찾아왔다. 촛불,태극기가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구제역, AI(조류독감)가 전국을 휩쓸던 혼란스런 때였다. 그는 요즘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는 '리더'는 시장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들이 청와대,정치권 눈치 보느라 일손을 놓고 있지만 시장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역발전과 안녕(安寧)을 위해 동분서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설 연휴 때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다. 설 연휴 때 평택을 지나가다 공재광 평택시장이 방제복을 뒤집어 쓰고 AI 방역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단다. 수행원 없이,사진 찍는 직원도 없이 지나가는 차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던 공 시장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 후 며칠 동안 지방 언론을 눈여겨봤는데 공 시장의 설 연휴 AI 방역에 관한 기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공 시장이 보여주기식 행정을 했다면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AI 방역을 했다'는 보도자료가 뿌려지고 지역 언론에서 대서특필했을 것이다"며 공 시장과 정당은 다르지만 감동 받았다고 했다.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곽상욱 오산시장과 양기대 광명시장의 '협치행정'이 오버랩 됐다.

 오산과 광명시는 공통점이 많다. 작은 도시지만 지역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오산은 수원과 화성 사이에 끼어 있다. 두 도시처럼 토지자원이 많지 않아 개발수요도 적다. 곽 시장은 이러한 약점을 장점으로 활용했다. 7년 전 '학교가 살아야 도시가 산다'는 모토로 교육을 통한 도시재생 전략을 세우고 밀어부쳤다. 오산형 혁신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행정의 힘을 집중시켜 지금의 '교육도시 오산'을 만들었다. 전국 지자체에서 오산의 교육 모델을 배우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광명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베드타운에 불과했다. 양 시장이 당선된지 2년 후인 2012년 쓴 '기대하라,광명'에서 그는 '서울의 위성도시 베드타운 광명을 의미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은 강렬한 소망이 있다'고 피력할 정도였다. 양 시장은 첫 목표로 폐광인 가학광산을 개발해 관광도시로 변모시키는 것이었다.

 양 시장과 광명동굴에 얽힌 일화를 있다. 2012년 10월30일 중부일보 편집국을 찾은 양 시장은 "광명 동굴을 세계적인 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 밝히지만 나는 자신감에 넘친 과욕으로 흘려들었다. 양 시장은 자신 있게 말했지만 광명동굴의 실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12년 만들어진 가학광산(광명동굴)은 금,은,동,아연을 캐내던 금속광산으로 1972년 폐광 후 방치되면서 국내 환경오염의 대명사가 됐다. 폐광산에서 흘러 나온 수은,카드뮴 등이 섞인 침출수가 인근 논,밭으로 흘러들어 사회문제가 됐던 곳으로, 현장 취재를 갔던 기억이 있다.

 광명시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젓갈을 숙성시키고 보관하던 창고로 쓰였다. 이런 폐광산을 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관광지로 만든 것은 양 시장의 추진력이다. 20만 명을 갓 넘긴 오산시가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로 우뚝 세운것은 곽 시장의 뚝심이다.

 이런 두 시장이 서로 잘하는 행정을 배우자고 손을 잡았다. 오산은 교육, 광명은 관광 분야의 뛰어난 노하우를 서로에게 전수하자는 취지다. 지방자치제가 꽃 피운 대표적인 상생 모델이다.

 곽 시장은 오산이 갖고 있는 세마대, 죽미령 평화공원을 경기남부의 대표적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이 있다. 세마대와 죽미령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활용한 관광지를 만들어 광명발 폐광의 기적을 오산에서 이루고 싶어한다.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50년 북한이 남침한 후 미군과 북한군간의 첫 전투가 벌어진 곳이 오산 죽미령이다. 일본에서 급파된 '스미스부대원'들이 죽미령에 진지를 구축하고 북한군과 교전하면서 유엔군이 참전하는 시간벌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죽미령 전투는 유엔 창설이후 처음으로 유엔기를 앞세우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집단적 행동을 펼친 역사적 가치가 있다. 그 당시 참전했던 스미스 부대원들이 생존해 있어 '평화공원'으로서의 콘텐츠는 충분하다.

 사실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이 지역의 핫 이슈다. 채인석 화성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은 거대 도시를 이끌고 있는 리더이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오산 곽 시장과 광명 양 시장의 협치(協治)를 귀감으로 삼길 바란다. 김광범/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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