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소재로 해 지난해 2월 개봉한 ‘귀향’에 이어 오는 3월 1일 일제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눈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44년 일제강점기 말,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과 부잣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영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소녀. 똑똑하고 예쁜 영애를 동경하던 ‘종분’은 일본으로 떠나게 된 ‘영애’를 부러워하며 어머니에게 자신도 일본에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남동생과 단 둘이 집을 지키던 ‘종분’은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일본군들의 손에 이끌려 낯선 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종분’은 자신 또래 아이들이 가득한 열차 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그때 마침 일본으로 유학을 간 줄 알았던 ‘영애’가 열차 칸 안으로 던져진다.

이제는 같은 운명이 되어버린 두 소녀 앞에는 지옥 같은 전쟁이 펼쳐지고, 반드시 집에 돌아갈 거라 다짐하는 ‘종분’을 비웃듯 ‘영애’는 끔찍한 현실을 끝내기 위해 위험한 결심을 한다.

영화 ‘눈길’은 서로가 살아낼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외롭고 힘든 순간을 견뎌낸 ‘종분’과 ‘영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한 영화로 당시 어린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끔찍한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주변에 나와 같은 친구,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들,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류보라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눈길’은 위로와 공감의 힘을 이야기 하는 영화다.

특히 ‘눈길’의 작품성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제37회 반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최우수상,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제67회 프리 이탈리아상 수상까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했다. 또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8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돼 상영, 관객들에게 인정받으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가 먼저 주목하고 인정해 우리 시대의 필람 영화로 자리할 ‘눈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현재 제자리걸음 중이고, 여전히 치유와 위안이 필요한 시대임을 시사한다. 또한 서로 간에 위로를 주고받으며 버텼던 소녀들의 이야기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며 전 국민을 위로할 예정이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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