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배 열매와/들장미 가득하여/육지는 호수 속에 매달려 있네./너희 사랑스러운 백조들/입맞춤에 취하여/성스럽게 깨어 있는 물속에/머리를 담그네/슬프다, 내 어디에서/겨울이 오면, 꽃들과 어디서/햇볕과/대지의 그늘을 찾을까?/성벽은 말없이/차갑게 서 있고, 바람곁에/풍향기는 덜걱거리네.’ 이 시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휠덜린 의 ‘반평생’이란 시의 전문으로써 우리나라 국민들의 애송시이기도 하다.

시인 휠덜린은 반평생을 정신분열병으로 불우한 생을 살았다. 세계적 문호 릴케는 휠덜린을 자신의 선구자로 여겼고,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를 “시인중의 시인”이라고 극찬했다. 그러한 휠덜린에게 반평생을 넘게 괴롭힌 정신분열병은 일종의 조현병이라 하는데 환자가 마치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한 현악기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질환은 환청과 망상,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병을 치료한 뒤에도 결과가 좋지 않아 환자 자신과 그 가족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고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조현병이 우리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6년 5월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가 조현병으로 6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었다는데서 알려졌으며 조현병 환자의 관리와 대책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임에도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에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는 등 전형적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신보건법에는 분명, 국가와 지방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재활 및 장애극복과 사회복귀촉진을 위한 연구·조사와 예방·지도·상담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이들에 대한 적극적 관리 등의 치료조치를 하도록 되어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현병 환자 수는 2014년 기준, 보험비를 지급받은 환자는 약 10만4천명 정도가 되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 정도로 일정하게 나타난 점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약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방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예산은 확보하지 않고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액진료비와 의료급여에만 의존 하며 민간병원에 위ㆍ수탁협약을 맺어 보조금 등 위탁수수료 없이 떠넘기며 방관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최대 민간정신병원인 용인정신병원의 경우, 10년째 동결된 의료급여로 인하여 매해년도 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45년 동안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해 온 전력과 공익적 사업이라는 사명감에 어쩔 수 없이 운영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들에 대한 조기 치유와 사회복귀를 위한 모델 사업으로 해뜰날센터(일명 낮병동)를 병행 운영하고 있는데 취미교실, 요리교실 등 '회복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하여 정신장애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회복을 돕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용인시의 적극적 관심과 예산지원으로 주거형 사회복귀시설인 ‘우리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지 아니한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훈련, 작업훈련 등 재활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재활시설로써 환자들이나 보호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예산관계로 추가운영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여타의 지방정부는 차기 지방선거에 대비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고 표가 되는 사업에 대한 공약과 표와 연결된 정책을 발굴하는 포퓰리즘적 복지예산만 늘리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 ‘인천시의 ‘청년사회진출지원사업’, 등 수당 이름만 바꾸었지 결국 청년을 위한 수당이다.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이지 값싼 몇 푼의 수당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은 세우지 않고 표와 맞교환 할 수 있는 달콤한 정책만을 쏟아내며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당장, 돌아오는 5월이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될 것이고 정신적 장애를 가진 정신질환자 약 4만여명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퇴원하여야 한다. 문제는 그들의 진료와 치료를 담당할 지역사회의 의료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여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지방정부의 장들은 알고 있는지, 그리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 대책이 세워져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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