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법 족쇠 35년, 전문가 제언- 完
서울과 경기지역의 과밀현상이 두드러졌던 1980년대 수도권의 인구·산업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한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을 제외한 해외 선진국들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수도권 규제 정책을 철폐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은 전후 고도성장의 부산물로 수도권 인구·산업집중 심화현상이 발생하자, 1956년 ‘수도권정비법’ 제정을 시작으로 ‘수도권 기성시가지의 공장 등 제한법(1959)’, ‘공업재배치 촉진법(1972)’ 등을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고자 했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제조업 기반에서 지식기반으로 전환되고, 저출산·고령화 현상, 글로벌무역 활성화 등 급변하는 정세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 규제법령을 폐지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런던권을 중심으로 1940년대부터 대도시규제정책을 도입한 후 80년대까지 시행해왔지만, EU내 대도시권 단위의 경쟁이 심화되고 런던 인구 증가가 안정세에 접어듦에 따라 수도권 관련 규제를 거둬들였다.
프랑스 또한 1955년 공장설립 허가제와 1960년 과밀부담금제로 파리권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으나, 1970년대 경기침체 및 실업률 증가를 겪은 후 균형발전정책 무용론이 대두되며 철폐됐다.
한국도 이미 선행 연구결과에서 수정법에 의한 국토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04년 중앙대 산업경영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기업의 6.4%만이 공장총량제를 피해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나머지는 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규제를 통한 비수도권 지역의 불균형 성장 해소라는 수정법의 취지가 어긋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국가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대도시권역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수정법은 1983년에 만들어진 법으로, 60년대 발효된 인구억제정책부터 계산하면 반세기가 지난 아주 낡은 법”이라며 “비수도권들도 수도권 규제에 따른 낙수효과로 기업유치를 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단국대 건축행정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현재에 이르러서 수정법의 효과는 미미하다”며 “앞으로 국토발전은 대도시권 권역별로 성잔관리구역을 선정해 발전해야지만 지식기반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민·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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