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쇼핑몰 자금부족에 중단 도심 한복판 7년간 폐허 방치
건축주 파산 외벽만 남은 곳도...청소년 탈선장소 악용 치안문제도

▲ 23일 오후 안산 초지동 미강타워. 방치된 지 7년이 지나 전깃줄이 창밖으로 튀어나와있고 창틀이 부서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백창현기자
시행사 부도 또는 자금 부족, 소송 등 복잡한 인과관계로 공사가 중단된 도내 방치건축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시·군 곳곳에 산재된 공사중단 방치건축물들은 도시 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탈선장소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

23일 오후 안산시 고잔신도시 M빌딩 앞.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1만8천286㎡ 규모의 대형빌딩 출입구는 모두 굳게 닫혀있었고, 미처 완성되지 못한 5·6층 창틀은 휑하니 뚫린채 군데군데 부서진 모습이었다.

빌딩 앞을 지나던 행인 김모(33)씨는 “이 빌딩이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인도가 건물 앞에서 끊겨 어쩔 수 없이 돌아가고 있다”면서 “한 낮에는 크게 상관 없지만, 폐허가 된 건물의 영향으로 밤에는 이쪽 골목을 돌아다니기 겁난다”고 말했다.

2003년 건축허가를 받은 M빌딩은 영화관을 포함한 복합쇼핑몰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시행사의 자금부족 등으로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2009년 9월 이후 현재 모습으로 내버려졌다. 준공률 80%까지 진행됐지만, 분양 실패 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공사가 중단된 후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경기도가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2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방치건축물을 조사한 결과 19개 시·군에서 50개소의 건축물이 방치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당초 도의 집계자료에 포함됐던 오산시의 오산호텔과 오산버스터미널은 올 초 철거가 완료됐다.

같은날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원암리. 고즈넉한 농촌지역의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폐허 2채를 볼 수 있었다. 빨간벽돌로 채워진 건물 외벽이 다가구주택로 지어지려 했던 건물의 원래 용도를 짐작케 한다. 연면적 330여㎡ 지상 3층 규모의 쌍둥이 건물은 1995년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가 진행됐지만, 건축주의 파산으로 2층 골조까지만 올라간 채 공사가 최종 중단됐다.

용인시는 안전관리를 위해 건물 외부에 가림막을 설치했지만, 건물 주변 곳곳에서는 빈 술병과 담배꽁초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미준공된 채 장기간 방치돼 있는 건축물들은 도시 미관을 심각하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안전문제를 비롯해 청소년의 탈선 장소 등 치안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다행히 안산 M빌딩의 경우 지난해 국토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에서 예비사업지구로 선정돼 출구가 모색되고 있지만, 용인시의 경우 뾰족한 답이 없는 상태다.

원암리 폐건물은 공사 중단 후 경매를 통해 2007년 새 소유주를 만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초 건축허가 당시에는 해당 부지의 용도가 준농지지역이여서 건폐율이 60%였지만, 2003년 용도지역변경으로 자연녹지지역이 되면서 건폐율이 20%까지 떨어지자 새로운 소유주도 개발의지를 포기한 것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현 소유주는 건축허가 기준으로 건폐율을 적용해주길 요구하지만 불가능하다”면서 “소유주에게 지속적으로 철거 또는 설계변경을 통한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경기도 조사결과 도내 50개 방치건축물 중 15년 경과 건축물은 11개, 10년 초과∼15년 이하는 17개, 5년∼10년 19개, 5년 이하는 3개로 나타났다. 중단 사유는 시행사 부도가 22개로 가장 많았으며, 자금부족 20개, 소송 6개, 분쟁 4개 순이다.

도 관계자는 “도내 장기방치건축물의 대표 사례였던 과천 우정병원의 경우 국토부 선도사업에 선정이 확정돼 개선방법을 찾았지만 모든 건축물이 사업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채권과 소송 등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어 해결방법을 찾기는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영민·백창현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