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광릉숲에 조성돼 사랑을 받았던 산림청 국립수목원 산림동물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육 중인 동물이 노쇠해 종 보존과 번식이라는 설립 취지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데다 예산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국립수목원이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달 26일 사육 중이던 수컷 백두산 호랑이 ‘두만’(15살)을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 보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산림동물원은 1991년 8월 국립수목원 내 20㏊에 문을 열었다.

광릉숲 보존 대책의 하나로 1997년 7월부터 통제구역으로 분류돼 공개하지 않았으나 2004년부터 매년 5∼11월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산림동물원은 중국이 1994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암수 한 쌍씩 기증한 백두산 호랑이 4마리가 사육돼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이 수컷 ‘백두’와 암컷 ‘천지’를 기증했으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세 생산에는 실패했다.

또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이 방한하며 수컷 ‘두만’과 암컷 ‘압록’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들 호랑이 수송 때 비행기 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느라 첨단장비가 동원되고 육상운송 때도 무진동 차를 이용하는 등 ‘VIP호송’을 방불케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압록은 한국에 온 다음 해인 2006년 3월(당시 5살) 세균성 신장염으로 돌연사했고, 먼저 온 천지는 2010년 5월(당시 19살) 노화로 폐사했다.

백두 역시 2011년 11월(당시 21살) 노화로 폐사했다. 호랑이가 통상 16~17년 사는 것을 고려하면 장수한 셈이다.

국립수목원은 홀로 남은 두만을 사육하며 포르노 동영상을 보여주고 서울대공원 호랑이와 합사까지 시도했지만 2세 생산에는 실패, 결국 지난달 26일 국립백두대산수목원으로 옮겼다.

늑대도 관심이었다.

한국산 늑대인 수컷 ‘아랑’과 암컷 ‘아리’는 2003년 중국에서 들여와 서울대공원에 머물다 2004년 1월 국립수목원으로 옮겨졌다.

이송 도중 아랑이 수송용 나무 우리를 물어뜯고 탈출, ‘빠삐용’으로 불리며 34시간 동안 과천지역을 돌아다니다 포획돼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리 역시 2009년 8월 사육장을 탈출해 주위를 긴장시켰으나 28시간 만에 산림동물원 인근 숲에서 발견돼 사살됐다.

현재는 아랑과 새끼 2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국립수목원은 이들 늑대 3마리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보낼 계획이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수목원 관람객의 사랑을 받았던 산림동물원의 폐쇄가 결정돼 아쉽다”며 “역사적인 의미와 사건사고가 많았던 동물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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