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장 염태영은 깊은 ‘자제력’을 지닌 보기 드문 단체장이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기보다 상대방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전형적인 공직자상을 지녔다. 그러다보니 상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원시민들이 염태영 시장을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지방자치 이후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기 내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자기 말을 더 많이 하는 경우가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자기 자랑뿐인 단체장이 그래서 많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소란하면서도 질서를 본분으로 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자치단체장은 염 시장처럼 자신의 말보다 남의 말을 많이 들어주는 데서 바른 행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염태영 시장은 특히 이번 수원 비행장 이전 결정으로 성공한 단체장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다. 이번 성공도 어떻게 보면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의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많은 역대 시장들이 해내지 못한 오랜 수원의 숙원인 비행장 이전을 거뜬히 이룬 것은 염 시장의 말없는 처신도 한 몫을 했다.

사람으로 치면 수원비행장은 환갑을 넘을 만큼 노했다. 수원비행장 61년사는 그 점에서 수원의 오늘을 기형도시로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일 수가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역대 시장들이 누구 하나 이전을 크게 걱정이라도 한 적도 없다.

이를테면 시민 의식이 거의 찬성화 되다시피 했다. 마치 도시의 커다란 ‘혹’처럼 여겨지고 있는 군 비행장이 온 수원 도시를 한눈에 제압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염태영 시장은 그러나 취임 이후 무엇보다 비행장 이전 문제에 거의 모두를 여기에 쏟은 것으로 잘 알려지고 있다. 61년의 오랜 비행장을 두고는 결코 대도시로의 ‘수원’을 이룰 수 없다는 데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엄청난 일을 시장의 힘으로 이룰 수 없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일장 자신을 낮추고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 협조를 구하는 등 일일이 힘을 모아 나가는 협력에서부터 출발한 것은 잘 했다. 자신을 낮추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염태영 특유의 ‘겸손행정’이 이루어 놓은 산물이라고나 할까.

지방자치 이후 적잖은 수원시장이 스쳐나갔다. 하지만 쉽지 않은 비행장 이전 문제를 누구 하나 거들떠라도 본 시장은 한 사람도 없었다. 감히 이룰 수 없다는 선입견에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였으니 이루어질 까닭이 없다. 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숨은 비행장 이전 의욕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수원의 지난 61년의 어두운 현대사는 사실 ‘비행장’으로부터 출발했다. 이제 도시의 현대화라는 새로운 수원의 획기적 변화야말로 시민 모두의 당면 과제로 다가섰다.

60여 년에 걸친 수원 도시의 기형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는 오랜 타성에 젖어 그동안 수원 도시 균형이 얼마나 기우뚱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수원시민은 염태영 시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수원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 시민 모두의 큰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체된 61년간의 도시 수원은 이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수원시민 모두의 깊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텅 빈 남(南)수원을 현대화 할 때 수원사(史)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수원은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을 상징으로 하는 ‘역사도시’여서 차제에 문화사적 차원에서 새로운 도시균형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염태영 시장이 역사도시로의 깊은 관심을 쏟고 있어 새로운 도시 수원을 이루는 계기를 삼았으면 한다. 구도시가 역사로의 문화사적 도시화에 치중한다면 새 도시의 현대화 도시로의 균형을 이루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원은 이제 대도시 진입권의 길목에 들어서있다. ‘능행차’로 상징되는 구도시가 역사문화의 공간이라면 생활공간으로의 신도시로의 균형화는 ‘新수원’ 건설도 착안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시장보다도 염태영 시장은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매우 깊은 시장이다. 대도시로의 수원의 미래를 염두 해 둔 ‘新수원 시대’를 새롭게 이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원은 이미 지방 도시로의 기능을 넘어 전국의 대도시화에 접어든지 오래다. 시민의식 수준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큰 틀에서의 新수원을 바라보는 구상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염태영 시장의 ‘수원사랑’ 시정이 새로운 수원을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무질서했던 도시 균형을 새롭게 세워 3백년 역사를 자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조선 500년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新수원 건설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진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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