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독살사건은 북한의 테러정권의 실체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 이번 사건은 우리 대한민국과 해외에 대한 북한의 첩보·공작 활동을 담당하는 북한 정찰총국에 의해 자행됐다. 형제까지 살해하는 김정은 정권은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정권말기적 광기를 풍기고 있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 에게는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고립은 안중에도 없다. 그의 광기는 집권 5년에 접어들었지만 날로 이완되고 있는 체제불안을 반영한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경제난과 폭압정치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누증되고 태영호 공사와 백두혈통까지 가세한 탈북행렬에서 보듯 핵심계층까지 동요할 정도로 체제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맞서 김씨왕조의 체제보위에 혈안이 된 김정은은 군사적 긴장 강도를 고조시키고 핵 불장난을 계속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외교고립만 자초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개혁 개방을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중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나면서 중국이 김정은의 대체재로 김정남을 옹립할 것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았다. 자국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북한체제의 체제유지를 위한 마지막 보류로 평가되는 중국도 김정은 정권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체제위기에 맞서 광적인 공포통치로 버티고 있는 김정은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질 날이 임박하고 있다. 실로 식은땀이 나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새로 들어선 미국의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는 북핵에 대한 군사적 해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탄핵정국의 와중에서 국정은 표류하고 정치권은 대권육과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국론이 분열된 채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를 토대로 볼 때 지지율이 높은 야권 대선주자들의 느슨한 안보관은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정권의 교체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그들은 수권정당의 후보자로서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작금의 긴박한 안보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안보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든지 북핵에 대한 유엔안보리 국제제재와 상충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는 정책발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그들이 계승한다는 햇볕정책 즉, 남북 사이에 교류와 협력에 전향적인 정책은 안보환경의 변화와 현실에 맞게 보다 합리적이고 세련되게 조정되어야 한다. 특히 사드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경제보복이 가시화 되면서 정치권에서 안보문제를 포퓰리즘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실로 위험한 발상이다. 국가안보를 잃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다. 지금처럼 경제적 이슈와 안보이슈가 충돌할 때 서슴없이 경제의 희생을 감수하고 안보 우선적인 정책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정권은 궁지에 몰려 이복형을 살해할 정도로 광기의 막장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당장,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 등 탈북 인사들의 신변 보호는 우리에게 발등의 불이 되었다.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 이후 일부 야권 주자들이 안보정책의 우클릭 현상이 단지 선거전략적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는 우리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모두 광인 김정은의 손에 핵무기가 들려지는 일이 없도록 막는데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나고 위기는 반드시 기회와 동반한다는 것이 과거의 역사적 교훈이다. 김정은 정권의 섬뜩한 광기로 조성된 우리사회의 우려와 경각심이 우리 내부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국론과 국가통합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국민이 통합된 마음을 보일 때만이 북한의 핵과 김정은의 광기를 넘어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영옥 국가보훈연구원장, 경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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