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잘못된 판단" 재편성 통보

경기도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도내 재가노인복지센터들의 예산 지원금 수십억 원이 증발될 뻔했다.

도는 뒤늦에 예산불용 철회를 통보했지만, 해당 시·군에서는 아직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올해 본예산에 도내 52개 재가노인복지시설 운영 지원금으로 6억6천700만 원을 편성했다.

전년 4억6천900여만 원에서 2억 원 가까이 증가한 금액으로, 기존 개소당 도·시비 매칭으로 1억 원씩 지원되던 예산을 1억2천만 원으로 늘리기 위해 증액한 것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설치된 재가노인복지센터의 운영예산 지원은 도비와 시비 1:9 비율의 매칭으로 이뤄진다.

올해 편성된 도비는 6억6천700만 원, 시·군비는 60억100만 원으로 총 66억6천800만 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지난해 도·시비 포함 지원 예산은 46억9천여만 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가 경기도재가노인복지협회에 유선상으로 도비 증액분을 불용하겠다고 알려와 도비 뿐만 아니라 시·군비 포함 20억 원에 가까운 지원비가 ‘없던 일’로 될 뻔했다.

협회 관계자는 “경기도청 담당과에서 전화로 연락이 와 올해 도비 증액분을 집행할 수 없게 됐다고 구두로 통보했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힘겨워하던 시설들이 지원비 증액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다들 반발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재가복지시설들이 소재한 시·군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도에서 매칭예산 증액을 가내시해서 올해 본예산에 증액분을 반영·편성했는데, 졸지에 집행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져야 했기 때문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에만 6개 시설이 있어서 1억 원이 넘는 시비를 편성해놨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었다”면서 “다음 추경 전까지 예산을 감액할 지, 집행할 지 결정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는 뒤늦게서야 불용 통보를 철회하고, 예정대로 집행키로 했다고 밝혀왔다.

도 관계자는 “당초 실무자 선에서 도·시비 지원금이 늘어나면 사회복지법인들의 자조금 마련 노력이 부족해질거라는 판단 하에 불용처리를 결정한 것 같다”면서 “예정대로 도비를 집행하되, 도내 용처에 대해서 지침을 마련해 전달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예산을 의결한 경기도의회도 예산 불용처리 소식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희시(민주당·군포1) 의원은 “도의회가 의결한 예산을 집행부에서 이렇다할 이유 없이 불용처리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는 3월 회기가 시작되면 집행부와 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논의한 뒤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영민·김현우기자
▲ 사진=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