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잃어버린 지갑 하나도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끈질기게 수사한 경찰이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28일 구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식당에 필요한 식자재를 사러 구리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한 A(39·자영업)씨는 걸어가다 실수로 지갑을 바닥에 흘렸다.

5분 만에 분실 사실을 깨닫고 현장으로 갔지만, 이미 지갑은 사라진 상태. 지갑에는 그날 장사를 위해 필요한 재료값 20만 원과 수표 등이 들어 있었다.

별다른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서를 찾아 지갑 분실신고를 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 점을 확인하고, 형사과에 사건을 인계했다.

CCTV에는 당시 A씨가 지갑을 흘리자 바로 뒤에서 지갑을 주워들고 달아나는 한 40대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곧바로 차를 타고 달아나버린 이 남성을 추적하기란 쉽지 않았다.

살인, 강도 등 형사과에서 다루는 강력 사건에 비해 경미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일단 사건을 맡은 만큼 대충 처리할 수 없었다.

형사들은 CCTV를 계속해 돌려보고, 통신자료를 확인하는 등 수사해 결국 지난 24일 양주시에서 B(45·일용직)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떨어진 지갑을 보고 순간 탐이나 범죄를 저질렀다”며 써버린 현금과 버린 지갑 값을 변상하기로 A씨와 합의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경찰서에 온 합의서에는 작은 쪽지가 담겼다. 쪽지에는 ‘지갑을 찾지는 못했지만, 주워간 분을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 평범한 시민에게 큰 힘이 되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서승균 형사는 “사건이 접수된 이상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보내주신 쪽지는 사무실 책상에 붙여서 보며 항상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송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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