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의 포도, 수원의 딸기, 부천의 복숭아.

경기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가장 맛있는 세 가지 과일로 일명 경기삼미(京畿三味)로 불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안양 포도는 관악산과 청계산에 둘러싸여 바람이 적고 온화한 기후와 석회성분이 많은 알칼리성 토양 등 최적의 포도재배조건에서 재배되고 있다.

특히, 씨알이 굵고 당도가 일반 포도보다 높아 전국적으로 알려진 특산품 중 하나로 한 때 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그 맛과 명성이 자자했다.

지금은 수도권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안양예술공원(舊 안양유원지)이지만, 1960~70년대에는 포도밭으로 즐비해 여름철에 가족 또는 연인끼리 포도나무 그늘 밑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풍경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50~60대 연령의 시민들 중 대부분은 안양 포도에 대한 이러한 추억들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양 포도는 1960년대 초 91만9천8㎡(92ha)에 이르러 전국적인 명성이 있었으나,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에 밀려 면적이 감소돼 1970년대 후반부터 점차 자취를 감춰가던 중 안양 포도의 옛 명성을 재현에 나섰다.

1995년부터 시에서는 11만9천908㎡(12ha)부지에 포도 식재, 포도재배 농가를 중점 육성, 재배기술 보급 및 포장박스 비용 지원 등 다양하게 지원했고, 이로 인해 2000년 포도의 첫 출하로 안양 포도의 맥을 잇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국가공인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지역명품으로 품질인증을 받아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 관양지구 택지개발과 2011년 비산체육공원 조성으로 다시 포도재배 면적이 감소해, 현재 안양에는 10개 포도농가 3만9천286㎡(3.9ha)부지만 남아 있다.

안양시는 가용토지가 없는 상태로 계속적인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관양동 현대아파트 뒤편과 인덕원 주변의 포도재배농가 10개(3만9천286㎡)중 5개(2만2천511㎡)가 개발계획 구역에 포함돼 이제는 5개 농가(1만6천775㎡)만 남게 되었다.

이를 두고 많은 시민들은 “안양 명물포도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안양을 전국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안양 명물포도가 도시화 물결에 밀려 점차 자취를 감추는 것을 안양시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필자는 안양시의 상징 포도의 육성·보존을 위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안양 명물포도를 존치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가칭 ‘안양 명물포도 육성·보존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둘째, 지역내 포도 재배농가가 생산하는 포도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양시와 농협 주관으로 영농조합법인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다각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농협, 농업인단체 등 관련기관 및 단체 그리고 시의회, 시(집행부)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넷째, 사라져가는 포도농장 부지 확보를 위해 수목이 없거나 임야로서 가치가 없는 구릉지(임야)등을 활용하는 대체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좋은 사례로 경남 함양에 ‘하이망 와인밸리’는 지리산 자락의 삼머루를 전량 수매해 농가소득을 창출하고(1차 산업), 모아진 산머루를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 와인생산(가공 2차 산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와인 판매와 관광, 체험 및 견학(3차 산업)으로 관광명소가 되었으며, 이처럼 1차, 2차, 3차 산업을 아우르는 산업을 6차 산업이라 말한다.

또한, 이들은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판매 비중을 높여보자는 생각과 함께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견학에서 배운 관광농원 기법을 도입해 6차 산업 롤모델인 ‘하이망 와인밸리’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도 여러 지혜를 모아 안양 포도의 우수성을 다시 알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안양 포도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한 발짝 더 나아가 안양 명품포도를 관광상품화 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심재민 안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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