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안희연│서랍의날씨│292페이지

지난해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안희연 시인이 첫 산문집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등단하기 전부터 유럽은 물론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의 도시를 배회하며 느낀 경험과 단상, 문학 속의 공간, 시 쓰기에 대한 고백 등을 모았다.

그는 젊은 시절 안내서 대신 여행 책자를 직접 만들어 갖고 다닐 정도로 일반적인 여행지보다는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찾아다녔다. 때문에 그는 일반적인 여행 책자에서는 알려주지 못할 파리 여행법도 기술했다. 짐 모리슨, 오스카 와일드, 이사도라 덩컨, 발자크, 쇼팽 등이 잠들어 있는 페르 라셰즈 묘지, 모파상, 사르트르, 보부아르, 만 레이, 사뮈엘 구케트, 보들레르 등이 잠들어있는 몽파르나스 묘지 등이 그것이다. 또한 헤밍웨이, 사르트르, 카뮈, 보부아르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단골 카페인 카페 드 플로르에서의 커피 한 잔도 추천하고 영화 ‘비포 선셋’에 나오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펑피두 센터 옆 작은 극장 등 작가와 예술가들이 남긴 발길을 더음어 가는 다양한 코스를 추천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여행지의 장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장소에 얽힌 많은 작가와 예술가, 작품 등을 소개하기 하고, 저자의 경험과 감정, 단상을 특유의 유려하고 농밀한 문장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여행 속 모든 우연들이 삶을 만들어 내며, 그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전달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우리의 진짜 삶이 ‘비포 선라이즈’가 되려면 모든 것을 우연에 맡긴 채 다시 만날 약속 따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야기 사이의 사진들은 감각적이고 다채로워 독자가 상상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저자의 여행과 그 안에서 저자가 느낀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모든 아름다운 것은 금세 사라져 버리기 때문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해 줄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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