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팔꿈치를 구부린 상태로 핸드폰을 장시간 사용할 때나 추운 겨울날 손가락의 저림 현상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보통은 말초 혈관의 수축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은 단순한 ‘손 저림’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레이노드 현상 등의 혈액순환의 문제일 경우 시간이 지나거나 손끝을 따듯하게 해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혈액순환의 문제가 아닌 다른 원인의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4번째, 5번째 손가락에 국한돼 증상이 나타난다면 ‘팔꿈치 터널 증후군’ (주 관증후군, Cubital tunnel syndrome)을 의심해봐야 한다. 팔꿈치 터널 증후군은 원래 운동선수, 미용사, 요리사 등 주로 팔꿈치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게 많이 나타났지만 요즘은 하루 종일 팔꿈치를 책상에 두고 컴퓨터로 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팔꿈치 터널증후군은 별다른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팔꿈치의 반복적인 굴곡 운동이나 직접적인 압박에 의해 목에서 새끼손가락 쪽으로 내려오는 척골신경이 주 관(Cubital tunnel)에서 압박돼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주로 손 저림이나 무감각 등이 증상으로 발생하며 ‘척골신경 포착증후군’의 일종이다.

팔꿈치 터널 증후군 증상은 척골신경의 지배를 받는 4번째, 5번째 손가락의 감각이 무뎌지거나, 이상감각, 저릿저릿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 손가락 사이 근육의 마비, 손가락의 갈퀴지 변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팔꿈치 터널 증후군은 팔꿈치가 원인이지만 정작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손가락인 탓에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첫 번째~세 번째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수근관 증후군의 증상으로 어느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질환이 구분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증상만으로는 질환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초기단계라면 생활습관 개선과 충분한 휴식으로도 척골신경 압박 원인을 최소화해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안정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라면 약물치료, 운동치료, 주사치료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신경압박의 정도가 심한 경우 수술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방법에는 주 관을 절개해 압박을 푸는 ‘단순감압술’과 유착된 신경을 벗겨내는 ‘신경박리술’ 내상과를 제거해 철골 신경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내상과 절제술’, 척골신경을 팔꿈치 뒤쪽에서 앞쪽으로 이동시켜 신경의 경로를 짧게 해 압박을 줄여주는 ‘척골신경 전방전위술’ 등이 있다. 이들 수술법은 정확한 검사 결괄르 토대로 환자 상태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



한편 팔꿈치 터널 증후군은 팔꿈치를 굽히고 있는 자세가 오래되고, 반복될수록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먼저 이 같은 동작을 줄여야 한다. 우선 팔꿈치를 책상에 올리고 체중을 싣는 자세를 피해야 하며 장시간 동안 팔꿈치를 구부리고 하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독서, 작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한 잠을 잘 때 팔을 베고 자거나 엎드려 팔에 머리를 기대어 자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팔꿈치와 손목과 손가락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신경 압박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움말 : 유한열 이춘택병원 정형 제 3과장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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