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야생조류공원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새에 미친 남자 윤순영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의 긴 탄식이다.

윤 이사장은 김포 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이 시작될 무렵 도시화의 반대 급부였지만 후세에 길이 남겨줄 야생조류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환경부, LH 등을 백방으로 쫒아 다녔다.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하지만 윤 이사장의 끈질긴 설득에 공무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2008년 6월 야생조류공원 기본구상 연구용역에 착수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9월 공사를 시작해 2015년 2월 야생조류공원이 준공됐다. 야생조류공원은 운양동 146의 1 일원 56만7천㎡(19만평) 크기로 조성됐으며 수도권 내 최대 규모 야생조류공원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경관 프로젝트에 선정돼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수상하는 등 지대한 관심 속에 탄생됐다.

그는 “새들 취·서식지용 농지에 농사를 짓지 않아 낱알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 새들이 오지 않는다”며 “한때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땐 큰기러기 수천 마리와 재두루미 100여 마리가 월동했다. 특히 황조롱이와 말똥가리 등 천연기념물도 많이 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이사장은 김포시가 야생조류공원을 2015년 LH로부터 인수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는 입찰을 통해 2016년 농사 지을 사람을 선정한다고 공개입찰을 실시했는데 입찰 조건으로 임대료를 높게 책정했다. 또 영농 기간도 1년으로 한정하는 등 현장을 모르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13만여㎡(4만평) 농사를 지으려면 영농장비도 대거 투입해야 하는데 고작 1년 계약이면 수지가 맞지 않다. 그래서 아무도 입찰에 응모하지 않는 바람에 지난 2년 동안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어”고 토로했다.

그는 또 야생조류공원 내 습지 위에 나무데크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접근하면 새들이 습지를 찾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무데크 대신에 새들이 와서 내려앉을 수 있는 횃대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이사장은 “두루미 취·서식지인 이 곳은 생태도시 김포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동시에 외지 유입민이 많은 신도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한강야생조류공원이 세계적인 재두루미 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평생의 소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충민기자/ccm0808@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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