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얼굴로 20년을 뛰었는데 시민들은 ‘누구’하고 묻는다’

인천시의 캐릭터 ‘두루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가 1996년 캐릭터로 선정해 공공시설과 광장, 시내버스 등에 홍보하고 있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잊혀진 상징물’로 전락했다.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시절 만든 캐릭터 ‘해치’ 역시 시청 지하 기념품 가게에서나 볼 수 있다, 그 것도 재고품들이라고 한다.

개발과 홍보에 55억 원 가량이 투입된 서울시의 야심작이었지만 현재는 회사 택시의 문짝에 붙이는 스티커 정도다.

당시 서울시는 해치를 내세운 다큐멘터리와 에니메이션을 제작하고, 배지·엽서·손지갑 등 231개에 달하는 상품을 개발했지만 이를 상품화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예산을 들여 만든 캐릭터가 무용지물이 된 사례는 무수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애초 고민없이 캐릭터가 만들어지거나, 단체장이 바뀌면서 사업이 흐지부지되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그 지역의 상징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이를 간과한 것도 더 큰 실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많던 정부기관의 캐릭터들도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2013년 주요 부처에서 ‘토토(국토부)’, ‘나우(환경부)’, ‘해랑(해수부)’ 등의 캐릭터를 대거 내놨다.

그러나 성과가 생각만큼 신통찮고 정권이나 조직이 개편되면 방치되다 서서히 잊혀져 가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가 도시홍보의 일등공신이 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사례가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몬’이다.

구마몬은 2011년 지역 고속철도 개통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흑곰 캐릭터다.

구마모토현은 구마몬을 기자회견이나 행사장 등에 수시로 등장시키고, 전국 식품점을 찾아다니며 구마몬 얼굴이 인쇄된 상품포장을 제안하는 등 홍보에 열을 쏟았다.

이 결과 지난해 구마몬 캐릭터를 활용한 각종 기념품의 총 판매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계 3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캐나다 퀘벡의 윈터 카니발에 등장하는 ‘본음’도 눈여겨 볼 만하다.

본음은 빨간 모자를 쓴 눈사람 모형의 캐릭터이다. 본음은 윈터 카니발이 개막하기 앞서 선두에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다.

퀘벡시는 주요 거리마다 본음을 대형 크기로 세워 시민들에게 친금감을 갖게 하고, 교통표지판 등 곳곳에 본음 디자인을 넣어 도시의 상징물로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시민들을 물론이고 축제에 참여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본음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을 한 두개씩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은 2015년 들어 역대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2005년에는 2조1천억원에 불과했으나 단 10년 만에 무려 다섯배 가까이 성장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모바일 메신저 사용 인구의 급증이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캐릭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자주 노출돼 친구처럼 가까워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만화.애니메이션.플래시 애니메이션.게임 등의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한마디로 뉴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기반은 캐릭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우리 나라의 인터넷 기반은 적은 비용으로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 캐릭터 산업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의 경우는 대부분의 캐릭터업체들이 영세해 개별 기업들이 당장 토털마케팅이나 미디어믹스 전략을 구사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국내 캐릭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디자인 수준과 기획력, 마케팅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우리 업체들이 자생력을 키우고, M&A와 투자유치 등을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협회 등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다 실질적으로는 지자체와 업체가 상품개발과 홍보 등에서 역할을 나누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자체 캐릭터의 경우 업체에서 상품개발과 마켓팅을 맡고, 지자체가 지역 내 홍보를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 경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역 간 경계에 세운 조형물을 그 지역 캐릭터로 전환하거나 지역마다 열리는 무수한 축제 또는 행사에 캐릭터를 내세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것 등이 지자체의 역할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강광석 인천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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