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도 물러가고 한낮이면 포근한 햇살에 나른함마저 느껴지는 요즘이다. 바야흐로 우리앞에 봄이 성큼 다가왔다. 겨울잠을 자던 동식물이 깨어나고,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며 새 생명이 시작되는 이때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겨우내 얼었던 땅과 바위, 시설 등이 따뜻한 날씨에 풀리기 쉬운 만큼,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공사장에서는 5미터 높이의 옹벽이 무너지면서 1천여 톤의 흙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이로 인해 차량 수십 대가 흙에 파묻히는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2015년 2월에도 광주에서 옹벽이 붕괴되면서 차량 수십 대가 묻히고 아파트 주민 500여 명이 긴급대피하기도 했다. 따뜻한 날씨에 얼었던 흙과 모래가 유출된 것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땅속의 얼어붙어 있던 물이 녹아내리면서 지반을 약화시켜 토사 유출이나 붕괴사고를 일으키는 것이다.

해빙기 지반 약화는 단순히 토사 유출이나 붕괴사고에 그치지 않고 가스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약화된 지반이 침하하는 경우 지하에 매몰된 도시가스 배관이 손상되거나 심한 경우 압력을 받아 폭발할 수 있다.

도시가스 지하 배관은 도시가스회사에서 관리하고 있으므로 사용자는 만일에 대비해 도시가스회사에 연락해 집 내부의 배관 및 호스, 연소기 등이 손상되었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자칫 헤이해질 수 있는 안전의식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발생한 가스사고 600건 중 14.8%인 89건이 해빙기(2~3월)에 발생했다. 그 중 54%가 사용자부주의와 시설미비로 인한 사고였다.

따라서 LPG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겨울 동안 가스 용기나 주변 시설이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용기 위에 비나 물이 고이거나 가스 용기를 묶어 놓은 체인이 녹슬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LPG 용기를 교체할 때는 용기 보관 장소가 지반침하로 인해 전도될 경우를 철저히 대비하여 조치를 취해 두어야 한다.

아울러 조정기, 배관 및 호스의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각 기구의 연결부위가 헐거워지거나 손상된 경우, 연결부위의 호스를 잘라내고 새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 연결부위를 비롯해 호스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경우에는 새로운 호스로 교체하는 것이 좋지만, 아예 금속배관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사가 많아지는 3~4월에는 가스시설 막음조치도 철저히 해야 한다. 가스기구를 떼어 내고 난 뒤 가스배관을 고무테이프나 비닐 등으로 대충 막아 두고 이사를 가는 것은 가스 누출로 인한 대형사고 위험성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사를 갈 때는 반드시 LP가스판매업소나 도시가스회사 지역관리소에 연락해 전문가로부터 막음조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이사한 집에서는 사용하던 가스 종류가 바뀌면 가스기기제조회사나 A/S센터에 연락하여 필요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또한 화창한 봄에 야유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이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부탄캔이다. 이 때 가스레인지 삼발이 폭보다 너무 큰 그릇을 올려놓고 사용하면 복사열로 인해 부탄가스의 폭발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 쓴 용기는 반드시 구멍을 뚫어서 버려야 안전하다.

미국 최고의 발명가이자 과학자, 정치가로 꼽히는 벤자민 플랭클린도 ‘실천이 말보다 낫다’고 했다. 사고를 막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실천이다. 지금 당장 우리 집 가스시설은 안전한지 확인하는 행동으로 옮겨보자. 겨우내 움츠린 몸이 따뜻한 날씨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듯 늘 사건사고가 뒤따르는 해빙기, 올해는 우리모두 안전하고 찬란한 봄을 만끽하길 소망해본다.

이연재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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