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 향기가 물씬하다. 새내기들 솜털의 간지러움이 대견하다. 새 꽃 이파리가 비 되어 내리고, 새 날 풍선 같은 희망이 탱탱하다. 새 시간, 새 웃음이 하늘가득 높디높다.

어둡고 칙칙했던 회색빛 긴 터널을 용케도 버티고 견디며 빠져나와 이제 맞이한 새 것이 오롯하게 우리 것이 되었다. 우리는 새 꽃을 피웠고, 우리는 새 날을 맞았다. 이제 그만 되었다. 충분히 아파했고, 충분히 분노했고, 지겹도록 노려봤다.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던 이 새 날에 노래 부르고 춤추고 즐거워야 한다. 이 아름다운 새 날을 즐기고 누릴 자격이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넘치고도 넘친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한다. 쫓기듯 조급해말자.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컨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융합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우리는 가난했던 바보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전설이 될 것이고 우리의 소리는 음악이 될 것이며 우리의 발자취는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들 인생 2막을 걱정한다. 건강이 걱정이며 노후자금이 걱정이고 반려자와 친구가 걱정이지만, 정작 자식이 걱정인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자식은 당연한 것인가. 자식처럼 예측이 불가능하고 아슬아슬한 존재가 있었던가. 그렇다면 자식은 포기의 존재인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부모, 그 부모의 부모가 그래왔듯 시커먼 숯이 되어버린 속내를 보이기 싫은 까닭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자. 슬프지만 정신이 멀쩡할 때 글씨를 쓰자. 인생 2막은 글씨로 시작해보자. 우리가 불렀던 노래를 남기고 우리가 그렸던 그림을 남겨보자. 캘리그래피는 그런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연료가 되는 이야기를 남기는 것, 바로 캘리그래피다. 우리는 시인이 되어야하고 판타지 소설가가 되어야하며 목이 터져 늙어버린 성악가가 되어야하고 흐르는 진물에 눈이 먼 화가가 되어야 하며 비틀거리는 술꾼이 되어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

새 봄, 새 날, 새 시대, 새 인생이다. 그 중에 가장 빛나는 새 것은 바로 우리다. 캘리그래피를 통해 아이들과의 소통에 당당해지자. 스승이 없는 이 시대에 내 자식의 스승이 되어보자. 우리가 작성해 놓은 것은 실패자의 넋두리가 아닌 치열하게 살았던 영웅들의 일기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구경꾼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우리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어줄 수도 있는 것이 캘리그래피라고 말하고 싶다.

캘리그래피로 새롭게 시작해보는 아름다운 봄이기를...

유현덕 한국캘리그래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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