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기억하는 조선의 9대 왕 성종(成宗)은 조선 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평화롭고 안정된 조정을 이끈 왕으로 평가 받는다. 성종의 이러한 평가는 어진 정치와 조선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을 편찬함으로써 ‘백성을 편하게 하고 정사를 바로 세운 것’을 치하하는 시호도 얻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은 성종이 진정한 성군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성종에 대한 또 다른 평가에 의하면 그는 정희왕후와 인수대비, 한명회와 공신들의 협력으로 왕위에 올라 외척의 꼭두각시 노릇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증거로 갓 즉위한 13살의 왕이 첫해에 73명의 대신을 공신으로 봉했다. 때문에 그가 왕이 돼 한없이 기뻤던 일부 사대부들, 그 때문에 한 맺힌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백성들이 있었다.

영화 ‘왕을 참하라’는 ‘성군’으로 칭송받는 성종을 둘러싼 권력과 암투를 그린 작품으로 조선시대 최대의 야사인 ‘어우동’을 새롭게 해석해 성종의 최대 스캔들을 둘러싼 일화들을 그린다.

영화는 이 야사에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시켜 성종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픽션에 가깝다고 해도 영화 속의 성종 대는 왠지 모르게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사태’를 오버랩 시킨다. 나라의 수장이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비선실세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지금의 실태는 꼭두각시 성종과 인수대비, 한명회를 중심으로 한 외척세력의 국정장악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배우 김학철이 14년 만에 영화로 컴백해 눈길을 끈다. 그는 “배우이자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이 현 시국과 너무 닮아 있어 먹먹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성종에 대한 ‘또 하나의 역사적 시각’을 제시하는 신선한 작품이 될 것이다. 3월 16일 개봉.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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