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시기, 약 20만 명이 넘는 소녀와 젊은 여성이 납치 또는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됐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 여성 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등의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영화 ‘어폴로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뒤따라가며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당시 일본군에 의해 ‘위안소’라는 곳에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인생 여정을 그린다. 특히 이 영화가 이제까지의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들과 다른 특징은 감독이 이 문제의 제 3자 격인 캐나다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해 당사국의 시선이 아니라 티파니 슝 감독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솔직한 의견과 생각을 고스란히 담는다.

이 영화는 “팝콘 대신 크리넥스를 팔아야 한다”라는 해외 언론의 압도적 극찬 세례를 받으며 개봉 전부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에서 이들 할머니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과거를 숨기거나 침묵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잊어선 안 될 끔찍한 폭력의 목격자이자 증인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리고 꼭 밝혀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도 밝힌다. 길 할머니와 차오 할머니, 아델라 할머니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용기가 필요했다.

길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두 할머니 역시 용기를 낸다. 비록 많은 세월이 흘러 쇠약해지는 건강으로 하루하루가 힘겹지만 할머니들의 신념과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영화 ‘어폴로지’는 인생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는 그들의 용기 있는 모습과 일제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저질렀던 만행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 관객들에게 깊은 슬픔과 분노를 환기시킬 것이다. 3월 중 개봉.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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