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先烈)들의 눈물인가 98주년을 맞는 3.1절 서울도심 한복판에 오후 늦게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98년 전인 1919년 3월 1일 조국(祖國)독립을 위해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이 나라를 지켜냈다 서울 탑골 공원에서 처음 시용한 태극기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국기(國旗)이며 상징(象徵)인 것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암흑(暗黑)의 시대에 우리 백성(百姓)들은 남녀노소 태극기를 손에 들고 거리로 뛰어 나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후 태극기는 국민들의 표상(表象)이며 국가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숭고(崇高)해야 할 태극기가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이 서 있는 동상에서 부끄럽지도 않은지 세종로 대로를 사이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들은 경찰 버스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갈등에 중오와 저주의 말들이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98년전 3.1운동 때 선열들은 달랐다 정파(政派)와 종파(宗派)를 초월하여 33인의 국민 대표들은 이해(理解)관계를 뛰어넘어 오로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하나가 되어 일제에 맞서 헌신하고 희생하였다 일제 강점기 태극기는 이 나라를 찾는데 목숨을 바치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민족독립의 상징이였다 그러기에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죽음의 순간에도 가슴에서 태극기를 꺼내 대한독립을 외쳤던 것이다 이처럼 태극기는 민족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국민들 가슴속에 맥박을 뛰게하는 신념이자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선열들이 나라를 찾아 놓았는데 현실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분열(分裂)의 상징으로 밤낮 계속해서 국민들 앞에 비춰진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론분열을 막아야 할 정치인들은 무책임하게 외면하고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정치 지도자들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권 욕심에 나 몰라라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엔 정부가 주관하는 3.1절 기념 행사 참석한 후 오후엔 언제 보았느냔 듯이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에 가세(加勢)하였다 어느 누구도 나서 갈라진 집회를 통합하기 위해 설득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지지자(支持者)들에게 호소하며 말하지 않는다 3.1정신은 분열과 갈등의 장막을 걷어내고 국민화합을 이루는데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맞춰 집회를 갖는 것은 역사와 국민앞에 죄짓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독립유공자 유족회동 120여개 단체가 참여한 3.1절 민족공동 행사 준비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보다 못해 자제를 호소하며 태극기 의미(意味)라는 성명서까지 냈는가 싶다 광복회 성명서를 통해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남발로 특정 목적을 실현하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태극기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려는 시위(示威) 도구로 사용 된다면 태극기를 소중히 여겼던 선열들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또 일제 총칼 앞에서 무참히 산화(散華)하신 선열들이 통탄할 일이라고 꾸짖었다 태극기는 어느 한쪽의 찬반(贊反) 상징이 아니라 온 나라의 국민의 상징인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내편 네편으로 갈라지더니 이젠 태극기까지 이 태극기 저 태극기로 갈라지는 세태까지 나타났다 찬성이냐 반대냐는 구호(口號)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길거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으는가로 나라의 운명을 결판내서도 안된다 집회 규모가 중요한건 결코 아니다 광장에서 가시화(可視化)된 지지 세력의 크기를 정치 공학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헌재(憲裁) 결정을 앞두고 양쪽 세력이 과시(誇示) 경쟁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승복하고 수용할 마음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우리가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은 온 국민이 올바른 정치를 복원(復元)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명수 경기도문화원연합회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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