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탄핵심판 이후 맞은 주말 마지막 촛불집회가 열렸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약 50만 명의 시민들은 촛불민심이 이룬 승리를 자축했다. ‘드디어 봄이 왔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매 주말마다 열렸던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룬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인들이 잣대 재기에 우왕좌왕할 때도 국민들은 한결 같이 한 목소리를 냈다. 더 이상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후세대에게 살만한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책임의식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광장으로 이끈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이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이 평화적인 집회에 감동했다.

최종 판결은 헌재가 내렸지만 그 힘의 원천은 촛불민심에서 나왔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의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고, 위법행위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음을 명백하게 밝혔다. 또한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중대한 법 위반과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재임 기간 중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음을 분명하게 판시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분명한 판례가 정립된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을 배반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헌법 1조의 준엄한 의미를 재확인한 중요한 결정이다. 이제 더 이상 국민은 국가 지도자의 민심을 외면한 권력 남용, 이권개입, 측근비리는 용납하지도 방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민심이 그 어떤 부조리한 권력과 불의도 바꿀 수 있음을 체험했다. 이는 비단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선출직 단체장, 도의원, 시의원, 공직자에게도 해당된다.

이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란 말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국민이 권한을 준 것은 사욕 추구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 국민의 눈과 귀는 더욱 날카롭고 매서워졌으며 국가지도자에 대한 검증 기준도 더욱 높아졌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지난 몇 달 간의 혼란은 국민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혼돈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함께 애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서로 다른 생각으로 대립했던 시간들을 접고 모두 함께 치유와 화합의 길로 나아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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