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을 상징하는 스포츠를 묻는다면 열이면 열, 축구를 꼽았다. 국내 프로축구 전통의 강호인 삼성 블루윙즈의 연고지이자,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모교인 수원공고가 위치한 곳이 바로 수원이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야구의 경우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현대유니콘스가 수원을 연고로 했었지만, 시민들의 뇌리에 크게 각인되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 10구단 kt wiz가 수원에 둥지를 틀며 야구의 위상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kt wiz 창단을 계기로 수원은 축구와 야구라는 두 날개를 동력 삼아 명실상부한 스포츠의 도시로 부상하게 됐다.

곽영붕 전 수원시야구협회장은 kt wiz 창단 과정에 숨겨진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지난 1월 20일 퇴임할 때까지 10여 년간 곽 전 회장은 kt wiz 창단을 비롯해 유소년 엘리트 체육 육성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 온 인물이다. 마침 그의 퇴임식날도 오바마 미 대통령의 퇴임식과 같은 날이었다. 두 사람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는 점은 일치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7년, 제가 수원시야구협회장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수원은 축구의 도시로 알려졌지 야구 인프라는 무척 위축돼 있었습니다. 현대유니콘스도 해체되고, 유소년 엘리트 야구단도 신곡초 한 곳만 남은 상태였죠.”

엘리트선수 출신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동호회 등을 통해 야구를 즐겨온 그는 고향인 수원에서 야구의 중흥기를 재현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협회장에 취임했다.

곽 전 회장이 역점으로 두고 추진한 사업은 학생 엘리트체육 육성이다. 미래의 꿈나무들을 육성함으로써 도시 전체에 야구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그가 재임한 10년간 4개 리틀야구단과 장안고 그리고 매향중학교에 야구단을 신설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지금은 kt wiz 창단 이후 중단됐지만, 수원에서 매년 봉황기와 대통령기 야구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학생엘리트체육 중흥에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사재를 출연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kt wiz의 창단이다. “전북과 맞붙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 그 3년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시민연대들과 함께 잠실구장에서 삭발까지 감행하는 등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겠죠.” 숱한 고비 끝에 창단한 수원 kt wiz가 첫 승을 올렸던 순간을 회고하는 곽 전 회장의 얼굴은 어느새 상기돼 있었다. 감회가 새로워 보였다.

“10구단 창단으로 수원은 축구와 야구, 양대 스포츠가 공존하는 도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엘리트 선수 육성으로 수원시가 야구 명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묵묵히 서포트할 계획입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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