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란만장한 청와대 생활을 접고 12일 저녁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기 전 끝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집 앞에 도열해 있던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신 읽은 짧은 메시지가 전부였다. 이 메시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사실상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한 불복이나 마찬가지며, 앞으로 치열한 법적 투쟁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선언이다.

일요일 저녁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를 지켜보고 있던 국민들은 헌재 판결의 승복이나 대국민 사과를 기대했었지만 끝내 그런 말은 없었다. 본인의 입장에서 아무리 억울한 판정이라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지난 수개월간 국민들을 힘들게 했던 그 점만으로도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옳았다. 자신의 정치 인생 동안 국민들에게 받았던 사랑과 지지를 생각했다면 자신의 억울함보다는 분열과 갈등으로 어지러운 대한민국과 국민을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 청와대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이 모든 것이 나의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분열과 갈등 봉합에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발표했다면 국민들의 마음도 조금 풀렸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청와대를 떠나 사저 앞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밝은 얼굴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의 실망감이 더 커졌다. 현재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해소할 가장 정점에 있는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이다. 국가를 온전히 책임졌던 사람이 화합과 치유 대신 또다시 갈등과 분열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려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민 전 대변인이 전한 메시지를 통해 파면 결정에 불복하고 치열하게 법적 투쟁을 하겠다는 의중이 드러나며, 헌재가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강조한 부분이 또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정미 헌재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퇴임하며 퇴임사를 통해 대통령 파면 결정이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헌법 정신의 구현에 온 힘을 다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화합과 상생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 각계각층이 모든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란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국민 앞에 ‘내 탓이오’를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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