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이타주의자│윌리엄 맥어스킬│(주)부키│312페이지



‘냉정한 이타주의’는 옥스퍼드대 부교수이자 비영리단체 ‘Giving What We Can’의 공동 설립자인 윌리엄 맥어스킬의 합리적인 선행의 방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매우 신선하다. 그것은 무분별한 선행은 오히려 무익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도처에 존재하는 실효가 전혀 없거나 오히려 해악을 끼친 선행 사례를 든다. 아이들의 놀이를 펌프의 노동력으로 전환해 아프리카에 식수로 보급하려 했던 ‘플레이펌프스인터내셔널’은 선의의 열정만 앞세운 사업 운영으로 결국 유지관리 미비, 사고,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며 폐업했다.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은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난 지진보다 사상자 수가 100배 더 많았고 대응 자원 보유량은 1000배 더 적었지만 국제사회에서 몰려온 지원금은 동일했다. 재해의 규모와 심각성이 아니라 정서적 호소력이 얼마나 더 널리 알려지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현실을 보여준 사례다.

광범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월드비전, 옥스팜, 유니세프 등 거대 자선단체도 효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보건사업에 비해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재해구호에 전력을 기울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의 선행도 효과가 없는 사례가 많다. 공정무역 제품 구매도, 노동착취 제품 불매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소용이 없다는 연구가 넘쳐난다. 그를 통해 우리가 도움을 받게 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이익이 전달되지 않으며, 오히려 현지 기업의 축소로 그마저 절실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들을 통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이타적 행위가 실제로 세상에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가 남을 돕고자 할때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고 기존 문제보다는 새로운 사건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것이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해내지 못하게 하고, 질병, 가난, 독재, 사회 구조 등 일상적이면서도 고질적인 문제는 오히려 무뎌지게 만들며, 도움이 안되는 이타행위, 심하면 피해를 주는 행위를 낳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판단은 타인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주장한다. 가령 고소득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재난 현장을 목도하고 그들을 돕고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기존의 직장을 그만두고 구호단체에 몸담는 결정을 내리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신까지 망칠 수 있다. 그보다는 계속 그 직장에 몸담으며 일정 소득을 효율적인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서로에게 낫다.

이에 저자는 자신과 세상에 가장 유익한 선행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이를 검증한 후 실현하고자 하는 ‘효율적 이타주의’를 주장한다. 어떤 선행이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착한 일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남을 돕는 특정 방식이 소용 있다 없다를 논하기보단 가장 효율적인 선행이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막연하게 선의에만 의존하는 행동은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으며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앞설 때라야 비로소 우리의 선행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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