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서양 문화를 이용한 기업의 상술이라고 때만 되면 많은 논평가들이 이야기를 하며 상술에 현혹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사회에서도 많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이러한 기념일을 서양문화의 상술에서 벗어나 우리 상품 소비촉진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빼빼로데이에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선물하는 가래떡데이로 재해석한 것이 있지만 이를 아는 젊은이(소비자)는 많지 않은 듯 하다.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까닭이다.

최근 쌀 재배면적은 줄어도 쌀 재고는 오히려 늘어나고 가격 또한 계속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국민의 쌀 소비량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쌀 소비는 해마다 줄어 국민 1인당 1985년(128.1kg)보다 50%가량 줄어든 61.9kg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50kg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농경지면적과 생산량이 줄고 있지만 소비감소를 따라가지 못하기에 쌀 가격은 멈출 줄을 모르고 하염없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에는 WTO(세계무역기구)에서 규정한 농가 보조금 상한선도 넘어 더 이상 보조금을 지원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최근 젊은이들을 겨냥한 트랜드 마케팅으로 다양한 쌀 소비 촉진사례를 볼 수 있다. 화이트데이에 주로 선물하는 ‘큐브쌀’, 출산 답례품으론 ‘아기쌀’, 수험생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난관돌파쌀’ 등이 있다. 이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로 쌀 소비를 촉진하고 농업인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수입개방과 같이 어려운 여건속에서 이렇듯 다양성을 함유하고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상품을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고 있다. 주로 밥쌀용 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는 우리 쌀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이제 화이트데가 다가오고 있다. 단순히 쌀소비 촉진이라는 명제에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하자는 것보다는 소비계층별로 기호에 맞고 선택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상품개발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 트랜드에 맞춘 포장재개발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가치를 부여한 상품 등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시장에 접근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도 소비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쌀가루를 활용한 여러 가지 가공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대표적으로 발효 쌀빵, 기능성 다이어트떡, 칼슘떡 등은 이미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식사대용 간편 조미밥, 쌀국수 등도 기술이전돼 조만간 시장에 출하될 예정에 있다. 또 도내 농업인들로 구성된 쌀연구회 가공센터에서는 500g짜리 벽돌형 진공포장 쌀을 만들어 낱개 또는 8개들이 4kg선물용 박스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평택시에 있는 영농조합에서는 쌀가루 가공산업을 육성해 쌀로 만든 카스테라·빵 등을 생산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해 상대적으로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젊은 계층과 혼밥족 등에 긍적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기념일에 또는 선물로 쌀로만든 상품을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쌀가루 활용 식품개발을 늘리고 생활속에서 다양한 쌀 요리를 나눌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한 쌀 소비 확대에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번 화이트데이에는 달달하고 입에 착달라 붙는 찹쌀떡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서로간의 사랑을 끈끈하게 이어가보자.

조정주 경기도농업기술원 식량기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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