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국내외 취재진에 동해상 훈련 공개

▲ 칼빈슨호에서 이함하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연합
미국 해군의다목적 전투기 F/A-18 슈퍼호넷 1대가 엔진의 출력을 한껏 올린 뒤 전속력으로 질주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흡사 한 마리 독수리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듯했다.

 무게 10t이 넘는 슈퍼호넷이 공중에 떠오르는 데는 약 100m의 질주로 충분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 비행갑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행갑판에는 항공기 엔진이 뿜은 매연으로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고 항공기들이 질주한 자리에는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도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14일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에 참가 중인 칼빈슨호를 국내외 언론에 공개했다.

 슈퍼호넷이 수 분 간격으로 속속 출격하고 있었다. 슈퍼호넷은 최대속도가 마하1.7에 달하고 합동직격탄(JDAM)을 포함한 정밀유도폭탄을 대량 장착해 적의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지상 공군기지 활주로의 경우 전투기가 이륙하려면 보통 300∼400m는 질주해야하지만, 칼빈슨호에서는 원자로 증기를 위로 뿜어 전투기를 띄워주는 '캐터펄트'(catapult) 장치가 있어 3분의 1 정도만 달려도 이함할 수 있다.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는 슈퍼호넷이 착함할 때는 비행갑판에 설치된 굵은 쇠줄인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가 질주 거리를 단축했다. 사람 팔뚝 굵기의 어레스팅 와이어는 착함하는 슈퍼호넷 기체에 걸려 뒤로 힘있게 당겨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지상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전투기는 보통 2㎞를 달리고서야 멈추지만, 칼빈슨호갑판의 슈퍼호넷은 어레스팅 와이어 덕에 약 100m만 달리고 정지했다. 어레스팅 와이어의 잡아끄는 힘이 워낙 강해 전투기에 탄 승무원은 순간적으로 온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견뎌야 한다.

▲ 칼빈슨호에 착함하는 슈퍼호넷. 연합
칼빈슨호는 슈퍼호넷 외에도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74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웬만한 중소 국가의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갖춘 '떠다니는 군사기지'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배수량은 10만t이나 되고 길이는 333m, 비행갑판 폭은 77m에 달한다.

 칼빈슨호에 탄 승조원은 5천명을 넘어선다. 칼빈슨호를 기함으로 구축함 2척, 순양함 3척 등으로 구성된 제1항모강습단의 전체 승조원은 약 6천500명에 달한다.

 1980년대 초 취역한 칼빈슨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중동 지역 대테러 전쟁에 참가해 '항구적 자유'와 '이라크 자유' 등 주요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에는 아이티 앞바다에 급파돼 대규모 구호작전을 하기도 했다.

 칼빈슨호는 2011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이 사살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을 마지막으로 처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네이비 실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 있던 빈 라덴을 사살했고 그의시신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기지를 거쳐 칼빈슨호로 옮겨져 아라비아해에 수장됐다.

 미국의 숙적 빈 라덴의 시신을 처리한 칼빈슨호가 한반도 해역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에는 섬뜩한 경고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빈 라덴 암살작전을 완수한 네이비 실이 최근 칼빈슨호에서 특수작전 훈련을 한것으로 알려진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번 독수리훈련에는 네이비 실 외에도 적 요인 암살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레인저, 델타포스, 그린베레 등 미군 특수부대가 사상 최대 규모로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칼빈슨호는 지난 며칠 동안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의 4천400t급 구축함 문무대왕함, 2천500t급 호위함 전북함 등과 훈련을 함께했다.

 칼빈슨 항모강습단을 이끄는 제임스 킬비 해군 소장은 칼빈슨호 함상에서 기자들에게 "한미 양국 해군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확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지난 6개월 동안 준비한 것을 이번 독수리훈련에서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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