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드 동영상 공개에도 굴하지 않고 입대 결심한 서배너 커닝험.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출신의 서배너 커닝험(19)은 새내기 해병 지망생이다.

그녀는 최근 엄청난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 미 해병대를 발칵 뒤집어 놓은 누드 사진·동영상 유출 파문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된 그녀의 사연은 이렇다.

커닝험은 현역 해병이던 남자친구와 사귄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녀 자신도 해병이 되고자 마음 먹었다.

그런데, 남자친구에게 친밀감의 표시로 보낸 스트립 동영상이 문제가 됐다. 이 동영상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누군가에게 유출됐고 문제의 '해병연합(Marines United)' 사이트에 실린 것이다.

거기서 그친 게 아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일상 사진 몇 장이 덧붙여지면서 이른바 '신상'이 죄다 털렸다. 해병연합에 가입한 수 천 명의 남성 회원이 동영상을 돌려본 뒤 악성 메시지를 그녀에게 보냈다.

온갖 음란한 코멘트가 그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따라붙었다. 커닝험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의 사생활 침해였다. 내게 누드 사진을 요구한 자들도 있었다"고 몸서리쳤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아무리 당찬 여성 해병 지망자라도 입대를 포기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커닝험은 4월 첫째 주에 시작하는 기초 군사훈련부터 참가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녀는 "누군가는 일어서야 하고, 해병의 가치가 이런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내가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오랫동안 (해병대는) 남성들의 클럽이었지만 이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병연합 누드 사이트에는 무려 3만 명의 회원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해병뿐만 아니라 미 육군에서도 비슷한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또 애초 폐쇄시킨 해병연합 누드 사이트에서 'MU 2.0' 또는 'MU 3.0'으로 주소를 옮겨가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누드 파문을 최초로 제보한 해병 예비역 저널리스트 토머스 브레넌은 누드사진 공유에 관련된 55명의 해병 명단을 수사기관에 넘겼으나, 아직 이와 관련해 처벌 또는 징계를 받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바 있는 전직 해병 대위 저스틴 엘레너는 "과거에는 해병대 내에서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무시하곤 했는데, 어떤 관점에서는 무시하는 게 마치 용인하는 것처럼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새내기 해병 커닝험은 2년 전부터 해병대원이 되기 위해 체력 훈련을 해왔다. 처음엔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턱걸이를 이제 14번 연속 거뜬하게 해낼 정도다.

그녀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긍정적인 변화의 예를 보여주고 싶다. 용기와 진실성, 명예가 바로 그런 가치"라고 다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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