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칠성 광주공장 전경.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국내 경제구조가 제조업기반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1983년에 시행됐다.

 세상은 이제 서비스산업 기반의 3차산업시대를 넘어어 지식산업기반의 4차산업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낡은 규제의 늪에 빠져있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식산업 거점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산업집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수도권이 처한 작금의 현실은 다중규제에 묶여 발전은커녕 현상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와 지방정부들은 수도권 규제에 얽매인 도내 기업들의 공장 증설 허용을 매년 요구하고 있지만 매번 '시기(時機)성'과 타지역의 '시기(猜忌)'를 이유로 반려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부분의 지자체들의 경우 지역내 기업에서 발생하는 세입 의존율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지자체들은 지역내 기업이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갖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경기 동부권 도시들은 수도정비계획법 등 중첩 규제에 묶여 타 지자체에 비해 관내 기업들로부터 나오는 세수 비중이 더 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부권에 속한 광주시에서 기업 이전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인접한 성남시보다 3배 가량 큰 면적에 비해 수정법 규제로 도시 인프라, 산업 집적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창고부족으로 안성으로 도피한 롯데칠성음료㈜ = 국내 굴지의 음료제조기업인 롯데칠성음료㈜는 1979년 경기도 광주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40년 가까이 피해를 보고 있다. 광주가 수도정비계획법 시행령상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은 승인받을 당시 9만7천㎡의 공장부지를 현재까지 단 한 평도 확장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다.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롯데칠성의 오포공장은 제조뿐 아니라 수도권 내 잉여생산품 보관 및 유통시설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물류시설의 기능도 소화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대시설이 필요하지만, 9만7천596㎡ 규모의 오포공장 부지 중 제조시설과 부대시설을 포함한 실제 공장 연면적은 3만6천944㎡에 불과하다. 준공 당시 해당 부지는 준농림지역으로 건폐율이 60%까지 허용됐지만, 국토계획법이 개정됨에 따라 자연녹지지역으로 전환되면서 20%에 묶여 더이상 확장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부지를 늘려 부대시설을 확장하려 해도, 수정법의 장벽에 막혀 있는 상태다.

 보관시설이 부족해진 롯데칠성은 타지역 생산공장에서 수요처로 직접 배달을 하기 위해 매년 3억 원의 물류비용을 쏟아 붓는 실정이다. 결국 롯데칠성은 지난 2014년 과밀억제권역이라 그나마 규제가 덜한 안성에 230억 원을 투자해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신축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물류뿐 아니라 생산라인에서도 발생했다.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위한 제조시설을 증설해야 하지만 추가증설은 관련 규제상 불가능 한 상황이다. 결국 지난 2011년에는 인기가 없는 제품군의 생산라인을 철거하고 새로운 제품의 생산라인을 재설치했다. 이과정에서 180억 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소모됐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만약 이상태로 가면 안성 공장이 광주 공장 크기를 뛰어 넘을 것이다"라며 "(광주는)팽창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회사 내에서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난개발의 대명사 광주시... 매년 기업들 빠져나가= 대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한 것과 동시에 광주지역의 난개발이 심각해지자, 일부 기업들은 인접한 양평 등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극심한 난개발로 인해 유통 및 보관 등의 기반시설에 드는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규모 기업들은 이로 인한 피해가 투자비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자 다른지역으로 빠져나갔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30여 개의 기업이 규제를 피해 광주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뿐 아니라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후 비싼 땅값을 피해 인근 광주로 주거지를 옮긴 주민들도 피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정법상 대규모 택지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시형 생활주택이 난립하고, 이것이 도시경관과 환경을 저해하는 난개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광주시내 한 부동산 업자는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택지조성 자체가 불가능하니 이런 난개발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이다"라며 "간간히 수요는 발생하는데 공급이 안되니 빌라라도 지어 한몫 챙기려는 사람이 많아 빌라가 많다"고 말했다.

 심각한 난개발과 기업들의 타지역 이전은 광주시 행정에도 타격을 입혔다. 지역내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세입도 감소해서다. 광주시는 올해초 산업단지팀이라는 전담팀을 만들고 규제를 우회할 방법을 고심해 기업들에게 제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6만㎡ 산업단지 지정을 통해 기업들을 한곳에 모아 난개발 현상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고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를 완화해야지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백창현·황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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