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증가에 따라 등장한 동물장묘시설이 경기도 광주(廣州)에 잇따라 들어서 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에 있는 동물장묘업소 20곳 중 4곳이 몰려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추가 시설이 들어서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광주지역에는 공원묘지, 자연장지, 봉안당, 장례식장을 합쳐 사람 관련 장묘시설만 이미 25곳이나 있어 '장묘(葬墓) 도시' 이미지가 굳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광주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2008년 3월 오포읍 매산리에 A장묘업소가 국내 최초로 들어선 이후 2014년 7월과 2015년 10월 초월읍, 지난해 11월 오포읍에 동물장묘업소가 잇따라 들어서 모두 4곳이 운영 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초월읍 지월리에 H업소가 동물장묘업 등록을 신청하자 인근 주민 일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 지역은 소규모 공장과 물류창고가 몰려 있는 곳이다. 2014년 이미 동물장묘업소가 들어서 있지만, 외관상 다른 건물과 뒤섞여 눈에 띄지 않는다.

 동물장묘시설은 화장장 또는 건조장, 장례식장, 납골시설로 구분된다. 사람과 비슷한 장례절차 가운데 주민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화장시설이다.

 증가하는 반려동물만큼 장례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추모시설'로 보기보다는 주거환경에 해로운 '혐오시설'로 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해 집단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장묘업 등록을 무조건 제한할 근거가 없다.

 지난해 1월 21일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장묘업 등록 때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서 또는 신고증명서 제출규정이 삭제되면서 동물장묘업 등록이 쇄도하고 있다. 동물 사체를 폐기물로 취급하던 조항을 없애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특히 신규 등록이 광주지역으로 집중될 조짐을 보이면서 광주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동물장묘업은 장사법 제17조에 묘지설치 제한 장소(주거·사업·공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수변구역, 농업진흥지역, 하천구역, 산림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를 제외하면 어디든 들어설 수 있다.

 광주시는 올해 1월 초월읍 지월리 등록 신청을 이사진 결격사유를 들어 반려했지만, 일정 요건을 모두 갖추면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해 11월 등록된 오포읍 문형리 동물장묘업소는 1년여간 행정심판까지 가는 분쟁 끝에 등록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과 가깝고 최근 도로망 확충과 전철 개통으로 교통여건이 개선된 데다 토지 거래도 활발해 사업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에는 장례식장 5곳, 공원묘지 8곳, 봉안(납골)당 9곳, 자연장지 3곳 등 사람 관련 장묘시설만 25곳이 들어서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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