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 위해 렌즈에 담은 세상

성남 아트스페이스J에서 박진영 작가의 개인전 ‘엄마의 창’展을 개최한다.

박 작가는 파노라마 카메라와 대형카메라 도시풍경과 사건현장을 누비는 사진작가다.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도하는 그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박 작가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기억을 잃어가는 그의 어머니가 평소 가보고 싶어했지만, 병으로 인해 갈 수 없는 곳을 직접 누비며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을 전시한다. 미국, 중국,멕시코,핀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명소들을 담은 그의 사진은 그가 지난 3년간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이번 작품 활동이 그의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라고 한다. 박 작가는 지방대 사진과를 나왔지만 카메라를 놓고 방황했던 그를 대학원까지 뒷바라지 해준 그의 어머니가 기억을 잃어가자 자신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다가 ‘어머니의 기억’을 더듬어 주기로 마음먹는다. 이에 그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평소 어머니가 ‘후로리다’라고 자주 이야기 한 것과 그의 어머니가 자주 들여다 보던 달력 속 해변 등을 생생한 사진으로 담아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로 한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마치는 대로 출품작들을 그의 어머니의 병실에 내걸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평생 박 작가를 응원해오던 그의 어머니에게 작은 보답으로 평소 가보고 싶어했던 곳을 창문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아트스페이스J는 다음달 11일 오프닝 리셉션을 진행한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트스페이스J 홈페이지(artspacej.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31-712-7528.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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