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웹 애니메이션으로 2000년대 초 온라인을 발칵 뒤집어 놓고 인터넷 하위문화의 상징 키워드로 떠올랐던 전설의 레전드 오인용이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만담강호’로 돌아왔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대학 동기 5명이 뜻을 모아 숫자 ‘5’와 게임 등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뜻하는 ‘인용(人用)’을 합성한 팀명으로 활동한 것이 오인용 역사의 시작이다. 이들은 기획부터 스토리 구성, 그림, 목소리 더빙까지 구성원들의 일당백 활약으로 완성한 수백여 편의 플래시 웹 애니메이션을 게시해 인터넷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무모한 도전정신과 열정, 앞뒤 재지 않는 패기, 트렌드를 읽는 예민한 촉으로 폭소 유발 코믹 장르뿐 아니라 신랄한 사회 풍자 애니메이션까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들을, 사회적 이슈를 그때그때 반영하는 것은 오인용 콘텐츠의 특징이다. 학원 폭력 문제를 그린 ‘폭력 교실’, 회사 내 성추행 이슈를 다룬 ‘바나나걸’, 주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압사 사건을 소재로 한 ‘미안하다, 얘들아’ 등이 그것이다. 특히 2002년 연예인 병역 기피를 풍자한 ‘연예인 지옥’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르는 사람은 없을 화제작이었다. 이 작품으로 오인용은 마니아층과 안티 모두를 거느리며 톱스타를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했지만, 대형 연예 기획사들의 고소행렬이라는 파란을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입 담뱃값 인상 이슈를 다룬 ‘금보로 이야기’, 세월호 특별법을 소재로 한 ‘근해, 왕이 된 아낙’까지, 짜릿한 ‘사이다’ 화법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대면했다. 거친 욕설, 과격한 폭력이 자주 튀어나오고, 때론 엽기적이기까지 하지만, 유쾌한 도발에 관객들은 대리만족 혹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열광했다.

초창기 때부터 ‘극장 상영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오인용은 2004년 장편 준비를 위해 2년 가량을 고군분투했지만 투자자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식지 않는 열정으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극장판 장편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세상에 내놓았다.

‘남자는 주먹으로 싸우지 않고 말로 싸운다’라는 컨셉에서 시작된 전대미문 삐-드립 코믹액션 ‘만담강호’는 미친놈 화화공자, 웃는 놈 소소할배, 이상한 놈 점룡혈객을 중심으로 한 무림 고수들의 숨넘어가는 비급 쟁탈전을 담은 작품이다. 원년멤버 정지혁, 장석조 두 명의 감독이 기획ㆍ연출을 맡았고 전매특허인 19금 속사포 삐-드립 입담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명불허전 오인용의 이름을 다시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예정이다.

오인용의 ‘만담강호’는 웹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개봉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발점이 될 작품이자, 기존 성인 애니메이션 시장의 관례를 떠나 판로를 개척할 새 주자라 할 수 있다. 22일 개봉.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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