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이분법적 논리로 나눈, 획일화된 규제에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경기 동·북부지역의 경우 비수도권에 위치한 지역들보다 도시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규제에 묶여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연구원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11월 발간한 ‘수도권규제가 경기도의 경제적·사회적 형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수도권규제는 행정적 경계에 근거해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획일적 규제로, 지역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수정법에 의한 경기도내 지역간 불균형 성장은 앞선 통계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2014년 기준 화성시의 GRDP(지역내총생산)는 39조4천500여억 원인 반면, 중첩규제로 묶인 경기 북부에 위치한 연천군은 9천850억 원을 기록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도 40배 가량 차이가 난다.

최근 가장 큰 사회적문제로 꼽히는 인구 고령화 현상에서도 도내 지역간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경기도가 조사한 도내 지자체별 고령화인구비율을 살펴보면 경기남부에 위치한 오산시의 경우 도내에서 가장 낮은 7.43%였지만, 양평·여주·가평·연천 등 경기동·북부지역은 평균 고령인구비율이 20.43%였다. 고령인구비율이 20%를 넘기면 초고령화 사회로 분류된다.

지역간 격차를 나타내는 명확한 지표인 도시화율에서도 수원·오산 등 경기남부지역은 100%를 달성했지만, 여주(4.27%)와 가평(9.73%)은 비수도권에 비해서도 열악한 실정이다.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수도권내 불균형 발전의 원인으로 수정법상 획일화된 규제적용을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지역정책이 지금과 같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에 근거한 지원정책이 아닌, 낙후성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 우선지원을 위한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며 “특히 접경지역이 있는 경기북부의 경우 남북분단으로 인한 특수성을 고려해 차별 없이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한국내 행정경계가 아닌 국가별 도시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대표적 공업도시인 울산의 경우 지역내 총생산이 수도권 여느 도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표적인 부촌인 부산 해운대구와 연천군을 비교해볼 때도 어느 지역에 규제가 적용돼야 하는지는 명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지역간 균형발전을 제시할 때 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비교하는데, 조금 더 시야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산의 경우 동북아 허브항만 주도권을 노리는 일본 고베, 중국 천진 등 경쟁 도시들과의 쟁탈전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영민·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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