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란어 통역이 없어서….”

이란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인터뷰를 요청하자 대회 관계자가 난감해 했다.

대한핸드볼협회에서는 한국을 제외한 이번 대회 7개 참가국에 한 명씩 통역 요원을 배치했다.

그러나 이란의 경우 이란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남자가 통역 요원으로 선발됐는데 이란 대표팀에서 ‘남자 통역은 곤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영어 통역으로 교체했지만 정작 이란 선수단에 영어가 능통한 사람이 없어 인터뷰가 쉽지 않으리라는 얘기였다.

제16회 아시아 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는 이란 대표팀이 화제다.

단장과 감독, 코치 등 선수단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됐고 머리를 가리는 히잡을 쓰고 긴 팔, 긴 바지 유니폼를 착용한 선수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여성 스포츠 발전이 더딘 나라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로는 여성의 남성 스포츠 경기 관람이 금지됐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이란 원정을 갔을 때도 아자디 스타디움에 들어찬 10만 명 가까운 관중이 전부 남자였고, 2015년 6월에는 남자배구 월드리그 경기에 이란 여성 관중이 입장하려고 했지만 결국 불허된 소식이 화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여성이 직접 스포츠 활동을 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 역시 남자 심판과 하이파이브도 꺼리고 있다.

대회 관계자는 “경기 시작에 앞서 선수단이 입장하면서 상대팀 선수, 심판과 손을 마주치며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시간에도 이란 선수들은 남자 심판들과는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더라”고 소개했다.

이란은 2008년 제12회 아시아여자핸드볼 선수권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다.

2008년 대회 참가국 10개 나라 가운데 7위, 2012년에는 12개국 중 9위, 2015년 대회 9개국 중 6위 등 중하위권 성적을 꾸준히 내고 있다.

이란 대표팀 마르지에 유세프 감독은 “이란이 여자 핸드볼을 시작한 지 25년 정도 됐다”며 “대표팀은 인근 국가들과 경기를 치르며 기량을 연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열린 한국과 경기에서 이란은 22골이나 넣는 만만치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유세프 감독이 활짝 웃으며 선수들을 격려했을 정도로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무슬림 여성 선수들을 위한 ‘프로 히잡’을출시한 것에 착안해 이란 선수들이 착용한 히잡은 어떤 것인지 물어봤다.

유세프 감독은 “이란 스포츠 의류 브랜드에서 운동용으로 만든 히잡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보니 선수들의 히잡에는 동일한 로고가 찍혀 있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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