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당들은 대선주자를 정하기 위한 경선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홍준표 경남도시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인제 전 최고의원, 김진태·원유철·안상수 의원 등 6명이 2차 여론조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느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경선레이스에 돌입했다.

정의당의 대선주자 심상정 대표는 일찌감치 대선 완주를 선언했다.

이들은 경제와 일자리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놓고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대선주자들의 경제 공약은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실업난 해소, 공정한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소득을 높여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주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반드시 높은 소득이 행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소득의 증가가 행복을 증진시키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소득의 증가는 개인이 추구하는 효용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제 성장론자들의 성장 우선 정책은 비판 없이 수용돼 왔다.

반면 소득의 증가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런 부작용으로 이런 저런 불편함과 지출도 늘어날 수 있다.

미국의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교수는 이런 전통적인 경제학의 신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1946~1970년까지 공산권과 아랍, 가난한 국가 등을 포함한 세계 30여 개의 지역에서 정기적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개별지역에서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더 행복해지지만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소득이 높다고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현재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로 불린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스털린의 역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후진국들의 행복지수가 제시된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은 2009년에 143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행복지수 1위에 오른 나라는 코스타리카였다. 이어 도미니카공화국이 2위를 차지했고 자메이카는 3위, 과테말라는 4위, 베트남은 5위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니카라과와 부탄, 라오스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미국은 당시 GDP 1위를 기록하며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켰지만 행복지수는 114위에 그쳤다. 잘 사는 나라로 불리는 영국과 일본, 프랑스 등도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68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3위 규모다. 또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선진국들의 모임 OECD에 가입했고 G20의 의장국도 맡았었다. 이는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경제 수식어들이다. 이들 수식어들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가 틀림없다.

그런데 현실은 딴 판이다. 홑벌이로는 팍팍하게 살아야 한다. 맞벌이를 해야 비로소 먹고 살만 하다.

GDP와 국민행복 지수가 비례하지 않은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부탄이 1974년부터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국가의 통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부탄은 건강과 심리적 행복, 올바른 정치 등으로 국민행복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이는 대선주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대선주자들은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소득과 연계된 경제혁신을 내세운다. 여기에는 돈이 행복이라는 등식이 엿보인다. 윤택한 삶이 행복과 직결된다고 보는 셈이다. 이것은 오류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이했지만 아직 팍팍하다. 10가구 중 3가구는 벌이보다 씀씀이가 크다. 가계대출을 끼고 있는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대선주자들은 경제 공약을 제시할 때 국민의 행복지표도 따져봐야 한다. 우라나라 경제 현실을 꼼꼼히 살펴보고 모든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구자익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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