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입학의 달입니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여러 가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쁠 것입니다. 성인으로 대우하는 기준 연령이 경우에 따라 몇 가지 다른 나이를 적용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학생이 되면 어느 정도 어른 대접을 해줍니다. 대학생은 금년 5월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 만 19세가 되어 선거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내년에 만 20세가 되면 미성년 딱지를 떼고 각종 법률 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으며 술이나 담배 같은 금기도 풀립니다. 그러나 어른으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 대학생들에게 맞닥뜨린 사회는 쉽게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 신입생들이 기성의 논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이 사회는 경우에 따라 냉혹한 쓴맛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는 것이 시련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험한 사회가 대학생들에게 던져주는 소중한 선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유’입니다. 미국의 오클라호마 대학 연구팀이 동물의 지능 한계를 알아보려고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쳤습니다. 갖은 노력 끝에 140개의 단어를 가르치자 침팬지가 처음으로 표현한 말은 “Let me out (나를 놓아 달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유는 동물에게까지도 소중한 것인가 봅니다.

1985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선언을 통해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이 이루어지고 더하여 언론의 자유와 비판이 허용된 후 1991년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은 해체되었고,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무너진 것도, 김일성의 의형제라 불렸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가 무너진 것도 모두 자유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핵을 갖고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김정은 3대 세습 독재정권도 자유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하면 며칠 내에 붕괴될 것입니다. 그러한 소중하고 위대한 자유가 대학 신입생인 청춘들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자유는 민주시민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국가는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주고 민주시민의 자격을 요구할 것입니다. 내 집 골목을 쓸고, 내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사람만이 쾌적한 도시 환경에서 살아갈 시민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품격 높은 민주시민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여 품격 높은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여러분의 몫이 된 것입니다. 내가 품격 높은 민주시민이 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유를 바탕으로 한 여러분의 절제와 수련에 달렸습니다.

또한 요즈음 젊은이들을 보면 돈과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큰 잘못입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에 의하면 소득과 소비가 개선되면 행복도 증가한다고 합니다. 나라를 막론하고 그러한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일정 수준까지만 그렇다는 점입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도 비례해서 올라가지만 어느 정도 소득이 오른 이상은 소득수준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소득이 낮은 부탄이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행복지수 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섭니다. 물론 돈은 필요합니다. 그저 절약하여 보통으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면 족합니다. 인생에서 돈은 절대 최고의 가치가 아닙니다. 역사 발전의 원동력은 물질이 아니고 정신입니다. 돈이 많다고 절대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돈이 벌리지 않는 곳으로 인생 행로를 정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그렇게는 못한다면 차선책으로 세상을 살다가 돈과 명예가 상충될 때 서슴없이 명예를 택할 것을 당부합니다. 돈보다 자신의 명예를 존중하면 자신의 인생이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합니다. 결국 품격 높은 민주시민과 아름다운 정신세계의 추구는 인간 존재 자체를 가치롭게 하는 일입니다.

맹기호 시인, 매탄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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